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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분홍 신발 신은 비둘기 - 상상 동시집 22 (양장
저자 오순택
출판사 상상
출판일 2023-10-10
정가 13,000원
ISBN 9791191197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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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달팽이에게
곤충은 지금/ 정육각형 바퀴/ 소금꽃/ 봄볕 고운 날/
달팽이에게/ 덤이라는 말/ 맛있는 말/ 난로/
분홍 신발 신은 비둘기/ 콩 이름 짓기/ 벌레 잠

2부 세상을 보는 법
새가 물고 온 아침/ 대추/ 세상을 보는 법/ 해님은 언제나/
엄마 무릎/ 다리 아픈 고양이/ 찔레꽃/ 폭포/
장독 항아리의 꿈/ 컵/ 섬/ 성냥개비 하나가

3부 돌에도 귀가 있다
속삭임/ 거울 앞에 서면/ 강 마을에 먼저 온 봄비/ 꽃을 피우기 위해/
괜찮아/ 풀/ 소나기/ 쥘부채/ 종이 운다/ 돌에도 귀가 있다/
버드나무의 봄날/ 노랑턱멧새/ 느낌표 그 비

4부 아기 염소가 웃었어
마중물/ 비둘기에게 마스크를 씌워 주세요/ 풀벌레 악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나팔꽃이 피는 이유/ 수평선/ 다람쥐의 겨우살이/ 순천만 갯마을/ 오선지 위의 새/
배추밭 저 너머/ 아기 염소가 웃었어/ 할머니의 마음통장/ 구두는 알고 있다

해설 | ‘보이지 않는 있음’을 노래하다 _신정아
단정한 말로 쌓은 선명한 이미지

오순택 시인의 동시는 어렵지 않게 읽힌다. 생경한 비유를 쓰지 않고, 분명한 정황을 설정하고 응집성 있는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의성어나 의태어가 동시에 동적인 느낌을 부여해 주기도 하지만, 다른 어휘와 조화롭게 어울리기에 정황 밖으로 돌출되지 않는다. 동시를 이루는 모든 언어들이 단정하고 정갈하게 연결된다. 이러한 단단한 언어 덕분에, 오순택 시인이 발견하는 이미지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빗방울에 맞은 풀꽃이 흔들리는 평범한 풍경이 “채송화만 한 예쁜 종아리 드러내며/ 뭐라고 뭐라고 소곤거리는” 봄비의 장난에 “자잘한 풀꽃들”이 “고운 이 드러내고/ 웃고 있는” 장면이 되고, “봄비”는 “강물에 이쁜 발 담그고/ 피라미와 놀고 있”는 존재로 묘사되며 순진무구한 아이로 거듭난다(「강 마을에 먼저 온 봄비」. 오순택 시인의 동시에서는 사물이 말을 하거나, 사물과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물이 살아난다. 실제 생활 속에서 사물이 움직이는 모양이나 내는 소리를 자연스레 사람의 것처럼 치환하는 것이 오순택 시인이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이다.

단정한 말 위에 놓이는 자연스러운 이미지는 독자들이 일상 속에서 만나던 평범한 순간을 색다르게 감각할 수 있게끔 만든다. 익숙하기 때문에 선명하게 그릴 수 있는 장면이 새롭게 전환되는 순간, 독자들은 시를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연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동시

『분홍 신발 신은 비둘기』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꾸준히 서로 소통을 시도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곤충의 더듬이”가 “안테나”라며 “아이들과 교신 중”이라고 묘사하거나(「곤충은 지금」, “밀물이 들면” “집집마다 별인 양 등이 켜”지는 모습은(「순천만 갯마을」, 자연과 인간이 연속되는 세계를 보여 준다. 자연이 인간과 분리된 것이 아니며, 인간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인간과 이어진 자연은 그 자체로 하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