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하찮은 앞발
똥깡이|우다다다|똥꼬발랄 방귀|꼬리 메트로놈|빙글빙글 자리춤|산책|봄바람|말복 지나는 길|필살기|소리 먹방|하찮은 앞발|뭉클|털복숭이 난로|해피 버스데이
둘. 우리 집 숲냥이
오름이 밥|숨은 오름이 집 찾기|봄마다 가출|숲냥이 산바라지|왕뫼|왕뫼가 철들었어요|낭끼와 눈 맞춘 날|딱 걸렸어|떼쟁이|대숲 속에 몰래몰래|너였니|우리 집 숲냥이|은다리가 왔다|엄마는 천하무적
셋. 까치 방송국
처마 밑 참새 알람|마술피리|신발 도둑|넓적사슴벌레를 만나다|오일장 고슴도치|먹보 애벌레|참개구리 참이|웬일이니 웬일이야|아기 까치|까치 방송국|봄볕 좋은 날|잔소리 대마왕|돔박새 피는 소리
넷. 청무화과 익는 날
냉이가 지천|제주수선화 피었어요|꽃피는 협박|새 모슴|봄 한입|하늘의 맞춤 식단|꽃마리 꽃무리|나무의 눈물|은방울꽃|분홍꽃 핀 건 분홍감자|오디 따는 날|청무화과 익는 날|대문 앞 강아지풀|내 귤나무
책 속에서
갇힌 세상에 빛을 들이다
처마 밑 참새 알람 소리에 깨어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장군이 산책입니다. 나이 들어 느려진 장군이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새벽 공기를 들이켭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보면 숲냥이들이 밥그릇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밥그릇과 물그릇을 씻고, 고기나 생선을 끓여 살을 바르고 잘게 잘라 사료 위에 얹어 줍니다.
올해는 오름이가 숲에서 새끼 두 마리를 낳고 키웠습니다. 작년에 태어난 은다리도 어느새 잘 자라 새끼 두 마리를 야무지게 키워내고 있습니다.
우영팟에서 가지각색 푸성귀들을 뜯어 밥상을 차리고 철철이 익어가는 열매들을 수확합니다.
그 열매들을 요리조리 조물거려 떡을 빚고, 맛난 음료를 만들고, 시원한 아이스크림도 뚝딱 만들어냅니다. 자연이 주는 은총의 선물입니다.
우영팟을 가꾸듯 주변의 따뜻한 빛들을 끌어모아 좀비처럼 조여드는 세상을 밀어내 보았습니다. 갇힌 세상이 힘들었지만 자연과 더불어 잘 건널 수 있었습니다.
되짚어보니, 주변은 늘 등불이었습니다. 내가 눈을 감으면 어둠이고, 내가 눈을 떠야 환해졌습니다. 마음을 열어 주변의 빛들을 품어야겠습니다.
_ 머리말
눈빛에 찔렸다
달리는 트럭 철창에 갇혀
웅크려 떨고 있는 누렁이들
공포도 아닌 체념도 아닌
슬픔도 아닌 허탈도 아닌
먹먹한 그 눈빛에 찔려
주저앉은 아침 산책길
일어나라고 힘내라고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우리 집 똥깡이
- ‘말복 지나는 길’ 전문
웬일로 꼬리를 살랑살랑
웬일로 다리에 부비부비
어쩌려고 눈 맞춰 냐옹냐옹
눈곱을 떼어줘도
똥꼬를 닦아줘도
가만히 있어요
쫓기고 쫓기다 숲에 들어
새끼 여럿 낳은 물뫼
편들어 달라고
쫓아내지 말라고
- ‘우리 집 숲냥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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