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과 먹색의 강렬한 이미지만으로
인간의 이기심을 꼬집는 글 없는 그림책
이 책에는 여느 그림책이나 그래픽노블에서 볼 수 있는 두 가지 요소가 없다. 바로 화려한 컬러와 텍스트의 부재다. 시공간의 변화에 따라 명암을 조절한 듀오톤 이미지는 흑백 영화를 감상하듯 시각적 요소에 더 집중하게 한다. 이에 더하여 주인공의 상황이나 감정을 직접 설명하는 텍스트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이미지가 전하는 목소리에 더욱 진지하게 귀 기울이게 한다. 고요함이 주는 더 커다란 외침이다. 나이와 성별을 알 수 없는 주인공이 꾼 한낮의 백일몽 같은 이 그림책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글 한 줄 없이 이미지만으로 바닷속 현실을 생생히 고발한다.
이 작품은 젊은 작가 김수진이 작업한 첫 그림책으로, 작가 자신이 언제나 동경하며 경외심을 품어 온 바다의 쓸쓸한 풍경을 강렬한 시각 언어만으로 과감하게 담아내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미세플라스틱, 쓰레기섬 같은 문제가 모든 생명의 근원인 바다를 위협하는 오늘,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계기로 삼을 만한 작품이다.
낯선 곳에 발을 디딘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거대한 바다가 품은 진실의 조각들
바다의 모든 곳에는 생명체가 살고 있다. 우리 발이 닿는 해변과 해수면부터 해저 1만 미터가 넘는 최심부에도 생명이 존재한다. 어쩌면 바다를 생명 그 자체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풍부한 생명을 품은 바다가 언제부터인가 해양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경각심을 갖지 못한다. 바다가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는 사실을 듣기는 했어도, 그것이 곧 인간에게 돌아오고 스스로를 파괴하게 된다는 사실은 깨닫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도 쓰레기가 넘쳐 나는 바다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는 생명의 자리를 플라스틱 쓰레기에 내주고 있는 오늘의 바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우리 인간들이 바다를 존중하고 경외하는 마음부터 가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