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1부 여성 노동자가 말하는 산업재해
1. 남성의 몸이 기본인 일터에서 / 류한소
2. 경계를 가르는 몸들의 노동 / 이나래
3. 서비스직의 고통이 산재가 되기까지 / 송윤정
4. 그림자 노동이 가리는 아픔 / 이영희
5. 가족, 또 다른 산재 당사자 / 조건희
6. 여성은 더 안전하게 일하는가 / 정지윤
2부 산재 보상 제도와 젠더 공백
7. 신청: 오해와 통제를 넘어 / 송윤정
8. 요양: 제대로 된 요양을 하려면 / 이영희
9. 복귀: 아프거나 다치거나 늙어 갈 몸들을 위해 / 류한소
10. 노동하는 모든 몸을 위한 제언 / 정지윤
부록 노동안전보건의 관점으로 여성 노동운동 살펴보기 / 조건희
주
19명의 노동자가 말하는 일과 아픔
젠더 불평등이 실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산업재해가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은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 보기로 결심하고 19명의 노동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불어 고용노동부 발행 자료와 근로복지공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얻은 통계 자료를 분석했다. 이 책에는 그렇게 만난 여성 노동자, 장애여성 노동자, 성소수자 노동자, 산재 피해자 가족이 솔직하게 꺼내 놓은 이야기와 통계 자료 분석이 담겨 있다.
“몰라요, 몰라. 재수가 없었던 것 같아, 아까 말한 대로 그냥.” 종일 돌아다니며 일하는 여성 가전관리사에게 넘어져 다치거나 위협적인 고객을 만나는 일은 그저 ‘재수가 없는 일’이었다. 남성이 다수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설비와 개인 보호구가 일으킬 위험에 관해 토로했다. ‘성희롱으로 발생하는 정신 질환이나 과로가 일으키는 유·사산은 산업재해’라는 글쓴이의 말에 눈이 커지면서 “그게 정말이냐?”고 되묻는 여성 노동자도 만났다. 출판 노동하는 뇌병변 장애여성은 허리와 손 통증이 일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소수자 노동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인정받는 평등한 일터가 모두가 건강할 수 있는 일터라고 말하는 이도 만났다. 또한 가사·돌봄 노동의 부담을 온전히 개인이 져야 하는 부당함을 토로하는, 또 다른 산업재해 당사자인 ‘산재 피해자 가족’을 만났다. 그리고 산업재해 예방·보상 제도와 정책 시스템의 밑바탕이 되는 산재 관련 통계를 분석한 결과, 통계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담지 못한 반쪽짜리에 그치고 있었다.
생생한 이야기와 통계 분석을 통해 글쓴이들이 확인한 산재에서의 젠더 불평등은 예상을 넘어선다. 객관적 수치가 드러내는 불평등은 물론이거니와, 여성 노동자의 산재는 아픈 몸이라는 자책과 쓸모없는 노동력이라는 사회의 낙인으로 구성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