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가면은 이중적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우리를 멀리 떨어지게 하는 동시에 그 한 겹의 막 뒤에 숨음으로써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한다. 가면은 이미지다. 철저히 연출된 가짜. 그렇기에 그 뒤에 숨겨진 것은 언제나 궁금하다. 가리지 않았다면 정작 관심도 없었을 맨 얼굴. 그러나 숨었기에 찾고 싶은 모습.
---「기획의 글 《가면무도회》, 1. 가면의 안과 밖」, 임대근(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중에서
실체가 없기에 이미지들은 연약해야 마땅한데 우리 모두 알다시피 실제로는 그 반대에 가깝다. 상상력이라는 독특한 사고작용에 힘입어 인간들은 이 이미지들에 엄청난 힘, 심지어 본능조차 가볍게 넘겨 버릴 정도의 힘을 부여한다. 도덕심, 애국심, 혹은 종교적 신념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진 사례는 셀 수 도 없다.
---「기획의 글 《가면무도회》, 2. 현대미술과 이미지」, 임대근(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중에서
전시실을 떠나는 관객들의 뇌리에 이런 수많은 물음들이 스쳐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면무도회》는 기획되었다. 또한 전시실 진입로에 설치한 영상작업과 벽면의 그래픽들은 대중문화에서, 특히 영화에서 다뤄진 가면의 이미지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전시실을 들어서거나 나서는 관객들이 현대미술이 다룬 가면과 대중에게 친숙한 가면의 이미지들을 한 번 더 비교할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기획의 글 《가면무도회》, 3. 무도회로의 초대」, 임대근(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중에서
차이점을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선택이다. 결국 이 현대미술의 가면들은 우리들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에 관하여 스스로 되돌아보기를 바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기획자로서는 이무도 회를 퇴장하는 이들이 새롭게 가지게된 가면에 대한 명상이 자못 궁금하다. 어쩌면 갑작스럽게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이야말로 이 명상에 최적의 시간일 수도 있지 않을까.
---「기획의 글 《가면무도회》, 3. 무도회를 나서며」, 임대근(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