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글|마지막 참하늘빛 한 조각
PART 1 우리들의 침대
비둘기의 꿈
점심시간
그냥 좋아할 것
잘 잃어버리는 어른
우리들의 침대
남의 책이 커 보일 때
반창고
내가 사랑하는 미자 씨
메모장의 암호들
손금 연장술
삿포로에서
그냥 계속해
애증의 버스
친구를 찾아서
PART 2 내 작은 헛간
나를 살리는 이야기
어떤 자책
두 사람
오백 원짜리 책
소설은 노래를 타고
내 스카프를 지켜냈어
도서관이 사라진 세상
가치보다 재미
소소한 마음
내 작은 헛간
평범하고 비범하게
모다에가미
다정한 마을 잔치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지금의 나를 만든,
책이라는 작고 너른 세계 속으로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을 둘러싼 이야기 《대천마을을 공부하다》를 통해 공동체적 연대 혹은 어울림에 주목한 신아영 작가는 이 책 《나의 작고 부드러운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자기 안의 작은 세계를 탐험한다. 그곳에는 잔반 검사에서 탈락해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수업이 시작된 뒤에도 혼자 식판을 들고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학교 복도와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통행 규칙을 자주 헷갈려 하던 어린 시절의 작가가 있다. 막연히 외롭고 불안한 나날 속에서 어리고 서툴러서 타인에게 쉽게 상처를 주고 동시에 타인에게 자주 상처받곤 하던 어수룩한 모습의 아이가 있다. 그 시절 작가를 기꺼이 보듬어 안아준 것은 바로 책이라는 활자들의 마을이었다. 책 속에 담긴 타인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작가를 끌어당겼고, 수시로 찾아오는 불안을 압도할 만큼 설레고 가슴 뛰게 했다. 책이 속삭이는 작고 낮은 소리는 무심결에 엉클어진 마음을 담담히 위로하고 새로운 용기를 심어주기도 했다. 비록 가슴 한쪽에 쌓인 고민이나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책 속에 담긴 이야기가 몸 안 어딘가에 들어왔다 나가면 신기하게도 살아갈 힘이 났다. 원인 모를 신체적 통증으로 오랫동안 고통스러워할 때도,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 엄격한 식단 조절을 하며 괴로워할 때도, 책은 작가에게 삶이란 무릇 그런 것이라는 걸 말없이 알려주었다. 그런 깨달음이 찾아오면 작가는 기쁘고 또 슬펐다. 그렇게 매료된 작고 너른 세상에서, 언제부턴가 작가는 평생 책을 친구 삼아 살아갈 운명임을 깨달았다.
책 속에서 다시 찾은,
어린 시절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살리는 목소리
어떤 성장은 상실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고민하던 적이 있었다. 어른이 되는 대가로 많은 것들을 강제로 혹은 스스로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 작가는 슬펐다. ‘자란다는 것’이란 이전에 좋아하던 것들을 떨쳐버리고 또 다른 세계로, 그렇게 어른의 나이에 맞는 것을 새롭게 좋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