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표 열매가 자라나는 곳,
페브 농장에서 보내는 휴식의 시간
저녁노을이 내릴 무렵, 도시는 퇴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인다. 피자 가게에서 일하는 주인공 역시 일을 마치고 사람들 틈에 섞여 집으로 향한다. 우편함에는 할머니로부터 농장 일을 도우러 와 달라는 편지가 도착해 있다. 주인공은 망설임 없이 짐을 꾸려 시골집으로 떠난다. 할머니의 ‘페브 농장’에는 신비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낮에는 특별한 씨앗이 자라며 활기찬 소리를 내고, 밤의 적막은 빛나는 별빛이 채운다. 이곳에서 주인공은 모든 감각이 충만해지는 시간을 보낸다.
그림책 『페브 농장』은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이민주 작가가 글을 쓰고, 개성 있는 첫 그림책을 펴냈던 안승하 작가가 다채로운 그림으로 완성한 그림책이다. 오선지 위의 음표와 밭에 심긴 작물 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한 이민주 작가의 상상은 다양한 음표 열매들이 모여 화음을 만들어 내는 이야기로 확장되었다.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농장에서 작물을 가꾸고 강아지, 오리, 고양이와 평화로이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독자에게도 오롯한 휴식을 선물한다.
쉼표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선율
그림책 『페브 농장』 속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음표뿐만 아니라 쉼표도 중요하게 등장한다.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온 이민주 작가는 쉼표가 음표만큼 존재감이 크진 않지만, 멜로디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작가는 쉼표 덕분에 음이 쉬기도 하고 리듬이 다양해진다는 발상을 자연과 연결 지어 서정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쉼표 별자리의 빛이 음표 열매에 닿자 비로소 하나의 선율이 완성된다. 이 조화로운 선율은 잊고 있던 소중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그 기억은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휴식을 취할 때 더욱 나다운 하루를 그려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작품이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는 음악
소리를 시각화한 그림책
안승하 작가는 첫 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