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인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응답하는 역사학
◇ ‘역사의 쓸모’는 현실과의 작용·반작용이다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는 타이완섬을 제외하면 이전 시기 청제국의 영토와 거의 동일하다. 전근대 왕조의 국경 개념과 근대 국민 국가의 국경 개념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청에서 중국으로 이어진 국경의 역사는 매우 독특한 역사 연구의 주제이다. 현대 중국은 전통 시대 ‘중화’의 계승자를 자임하며 두 개념을 일치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한족과 56개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만주인·한인·몽골인·위구르인·티베트인의 연합을 강조했던 청제국의 영토를 그대로 근대 국가 중국의 영토로 수렴했다. 그러면서도 청제국을 역대 중화 왕조의 하나로 포섭하고, 현대 중국의 중화 정체성을 더욱 강조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미국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등장한 ‘신청사(新淸史, New Qing History’ 학파는 청제국의 한화(漢化를 반박하고 유목 제국적 특징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청사를 세계사·중앙유라시아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중국의 역사공정 시도에 대응했다. 이에 반발한 중국 정부와 학계는 21세기 초부터 20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국가청사國家淸史 편찬 공정’을 추진했다. 나아가 중국 학계의 일부에서는 한화론에 대한 학문적 반박을 현재 중국의 변강 지배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형성된 ‘중화민족론’을 비판하는 이데올로기적 도전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현대 역사학계의 가장 뜨거운 분야인 신청사의 주요 연구서는 한국에도 다수 출간되었다. 신청사의 대표 저작으로 ‘신사서(新四書’라고 불리는 네 권의 책 가운데 마크 엘리엇의 『만주족의 청제국』(푸른역사, 2009, 이블린 로스키의 『최후의 황제들』(까치, 2010이 번역되었고, 다른 두 권(Edward Rhoads, Manchus and Han: Ethnic Relations and Po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