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22-23쪽: 밤에는 무서워요. 가게 문 닫고 사람 없고 여기 나 혼자 있으면 진짜 잠이 안 와. 화장실 문을 잠그지도 못하고 그러니까. 근데 갈 데가 없잖아요. 여기 말고 아주 낯선 곳에, 남자들만 있는 데 가서 잘 순 없잖아요. 이 노숙 생활은 전부 다 남자예요. 여자 몇 안 돼요. 여자는 안 보여요. 아무 데나 가서 잘 수가 없어요. 서울역에 밥 주는 봉사단 올 때 먹으러 오는 사람들은 다 남자예요. 수십 명 수백 명이 된다고 해도 다 남자지 여자는 없어요. 여자들이 껴봐야 하나둘이에요.
39쪽: 그 짐가방에 (종이컵을 들며 요만 한 명란젓이랑 오징어젓갈 배추김치 옷도 있고…… 하여튼 다 있었어. 종이돈하고 무거운 동전 한 뭉치도 있었어. 금돈(10원, 은돈(50원, 100원, 500원, 다 폐품 팔아서 모은 돈이야. 그게 나한테 중요한 거고 다 돈이잖아. 물건도 다 새거였단 말이야.
45-46쪽: 나는 보통 새벽 4시 전에 일어나. 같은 벤치에서 자는 여자가 부스럭거려서 일어나지. 밤에 깊게 잠들면 안 돼. 고물상에 팔 걸 하나라도 더 모아야 하는데 잠을 자면 못 가져가니까. 또 ○○마트가 노는(닫혀 있는 동안 폐지를 실어 나를 딸딸이(카트를 빌려 써야 하거든. 내가 딸딸이 쓰는 걸 마트 직원이 보면 뺏어. 그러니까 내가 잘 때도 마음이 막 조이는 거지. 일어나면 침낭이랑 짐 정리해서 역 안 의자 밑에 들여다 놔. 그리고 ○○마트 딸딸이 가져가서 근방을 돌며 가게에서 나오는 폐지를 주워. 오전 7시 전에 고물상에 들고 가서 팔고, 딸딸이는 다시 마트에 갖다 두는 거지. 요즘 폐지 단가가 30원까지 떨어져서 하루에 몇백 원에서 1000원 정도 벌어. 진짜 많이 벌면 2000원. 더 벌고 싶지만 가게 전체를 휩쓰는 남자가 있거든. 근데 그 몇 푼 되지도 않는 걸 벌려고 아등바등하는 나도 참 한심하지, 한심해. 그거 몇 푼 한다고 남들 다 자는데 일어나서…….
50쪽: 역 대합실에 오면 있잖아. 냄새가 확 밀려와.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