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사랑할, 오늘의 경주를 그리는 마음
작가는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의 경주를 그렸습니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마음이 붉은 해로 솟아오르는 감포 바다, 오래되어 갈라지고 군데군데 깨졌지만 오히려 단단해 보이는 감은사지 삼층석탑, 눈으로만 담을 수 있는 석굴암, 변함없이 그대로인 불국사, 무덤 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아늑하고 편안한 대릉원, 천 년 전 모습 그대로 우뚝 서 있는 첨성대까지 모두 작가가 사랑하고 아이와 함께 보고 싶었던 곳들입니다.
아이가 어릴 적이었다면 아마도 수많은 보물과 문화유산들 앞에서 문무대왕이 어떤 업적을 쌓았는지, 불국사가 몇 년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 고분과 능과 무덤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고, 얼마나 소중한지 강조하며 기념사진 남기기에 바빴을 풍경들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이 책에 담고 싶었던 것은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경주의 새벽을 여는 햇빛과 능선의 풀잎, 정숙한 탑의 자리에 놓인 고요한 여백 가운데서, 긴 시간이 담긴 유적의 자리에서 조용히 내려앉았던 그 마음들을 그렸습니다. 아름다운 건 오래오래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 소중한 것일수록 아끼고 싶은 마음,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들이 아이에게 닿기를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새겨 넣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아. 조금 떨어져서 보아야 전체를 다 볼 수 있단다.”
“천 년이 넘도록 무너지지 않고 한자리에 오래오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 같아. 아빠도 율이 옆에서 오래오래 든든하게 서 있을게.”
“불국사는 변함없이 그대로구나. 어릴 땐 이 훌륭한 유산을 눈앞에 두고도 제대로 보지 않았어. 아는 것이 없으니 느낄 것도 없었지. 알고 나니 그제야 같은 풍경도 다르게 보이더라. 너에게도 언젠가는 그런 때가 올 테지.”
함께 왔었다면 아이와 마주보며 나누었을 마음들을 작가는 이렇게 독백으로, 때로는 다짐으로 그림 위에 놓아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