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블루>라는 색을 통해서 삶이 끝없이 재생되기를 희망한다. 소모와 소비의 결과물이 아니라 스스로 다시 살아나는 존재로서의 바다라는 상징을 창조하고 있다. 그의 사진은 푸르고 깊다. 책에 실린 23장의 사진은 얼핏 푸른 바다를 직접 마주한 느낌을 준다.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요동친다. 때로는 무한 깊이의 심연으로 빠져들게 하고 때로는 표면에 일렁이는 파도에 잠기게 한다.
권일 작가의 사진은 알레고리와 상징이 중첩되어 수없이 많은 겹으로 이루어진 결과물로서의 바다를 표현한다. 그의 바다가 두 번째 바다인 이유를 증명하는 파편을 화면 속에 숨겨두고 있다. 비극이 더 비극적으로 되기 위해 숨겨놓은 소극(笑劇:farce처럼 작가의 바다 속에는 작가의 주장하는 생각과 철학이 기표가 된 암호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암호들을 발견하는 것은 권일 작가의 사진을 감상하는 방법일 수도 있고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일상의 평범한 슬픔의 통로를 만나는 일일 수 있다.
권일 작가의 <두 번째 바다>는 인류에 대한 작가의 선한 의지를 가득 넘치는 사진 작업이다. 우리가 삶의 방식을 바꾸는 노력을 같이하자는 점잖은 청유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의 독백에 머무르지 않고 지인들과의 대화에 멈추지 않은, 세상에 대한 강한 주장으로서의 튼튼한 미디어가 되도록 실천하는 활동의 증거이기도 하다.
작가는 바다를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특별한 곳에서 찾는다. 그의 바다는 바다가 아니다. 바다가 바다이기만 하다면 삶은 얼마나 단순하면 쉬운가. 그는 쉬운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고행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다. 권일 작가가 20여 년 전 전시 제목을 <니르바나블루>로 정했던 것을 돌아보면 그는 이미 그의 사진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명제를 일찍 설정했고 그가 정한 길을 묵묵히 걷고 있음을 보여준다.
권일 작가의 <두 번째 바다>는 푸르고 깊은 바다가 실재의 바다가 아니고 당신의 손끝에, 당신의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그는 그 바다의 운명이 당신의 처분에 좌우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