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을 펴내며
한국어판을 펴내며
프롤로그 |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속의 붕어
Ⅰ. 죽음을 생각하는 날: 런던 2001년 12월
마르크스의 무덤 | 자폭하는 세계 | 프리모 레비 | 자폭의 일상화 | 11층의 창 | 우리 망명자들 | 일본인의 마음 | 사자의 국민화 | 불사의 공동체 | 파르지팔 | 성배의 민족
Ⅱ. 폭력의 기억: 광주 1990년 3월, 2000년 5월
망월동 | 어떤 누나 | 풀 덮인 무덤 | 광주여 영원히! | 비엔날레 | 나는 누구인가 | 시린 네샤트 | 붉은 하이힐 | 넓은 바다로 | 침목 | 맨홀 | 재일의 인권전 | 활자구
Ⅲ. 거대한 일그러짐: 카셀 2002년 8월
아웃 오브 블루 | 도쿠멘타 | 싫은 느낌 | 이중의 디아스포라 | 아름다운 열대 풍경
Ⅳ. 추방당한 자들
1. 난민의 자화상: 브뤼셀, 오스나브뤼크 2002년 5월
브레인동크 요새 | 오스나브뤼크 | 난민의 삶 | 죽음의 벽 | 망명자의 자화상
2. 어제의 세계: 잘츠부르크 2002년 여름, 2004년 여름
다나에의 사랑 | 어제의 세계 | 종이와 스탬프 | 죽음의 도시
3. 세 사람의 유대인
강제와 불가능성 | 문화로부터 추방당하다 | 오직 언어를 모국어로 삼아 | 티에의 묘지
에필로그 | 코리안 디아스포라 아트
경계에서 사유하는 디아스포라 지식인의 여정
평화가 위협받는 세계에서
지금 다시, 서경식을 읽어야 하는 이유
서경식은 익히 알려져 있듯 1951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조선인 2세다.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형 서승, 서준식의 구명 활동에 뛰어들며 한국 민주화 운동에 힘을 보탰다. 이때의 체험은 이후 그의 저술 활동에 근간이 되었고, 재일조선인이자 디아스포라라는 소수자의 관점으로 사유하는 글들을 써왔다.
『디아스포라 기행』은 서경식이 런던, 잘츠부르크, 카셀, 광주 등을 여행하며 ‘근대’를 사유하고, ‘근대 이후’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한 인문 에세이다.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본래 ‘이산’(離散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와 땅을 떠나도록 강요당한 사람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사유의 폭을 확장하며 개념을 새롭게 ‘탈구축’한다.
또한 그는 이 책에서 디아스포라라는 용어의 탈구축을 시도할 뿐 아니라 디아스포라의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문자 텍스트를 포함해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까지 시선을 넓힌다. 아울러 ‘기행’(紀行이라는 형식을 도입해 대상에 대해 서술하는 작가 자신을 유동하는 위치로 자리매김한다.
한 사회에서 이방인이자 소수자로 산다는 것, 재일조선인으로서 과거에 자기 민족을 지배한 자의 언어를 모어(母語로 삼아 살아간다는 것은 곧 자신이 누구인가, 자신은 왜 남들과 다른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하는 삶을 의미한다. 경계에서 사유하는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서 그의 여정은 몇 겹의 소수자들만이 감지할 수 있는 진실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불안한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추방당한’ 이들의 초상(肖像을 그리는 서경식의 문장은 현대사의 질곡을 대면해온 그의 삶과 어우러져 더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무력(武力이 희망을 위협하는 시대에,
무력(無力한 이들의 희망을 사유하다
타의에 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