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이야기의 세계에서 이야기꾼 부자가 살아남는 법
알파벳 도시의 전설적인 이야기꾼 라시드 칼리파의 가정은 어느 날 큰 풍파에 휩싸인다. 라시드의 아내는 남편이 몽상가라며 이웃집 남자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고, 이에 아들 하룬이 “사실도 아닌 이야기가 무슨 쓸모가 있냐고요!”라며 라시드를 몰아세우자 라시드는 그만 이야기 짓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그 와중에 정치인을 위한 연설 섭외를 받아 이웃 도시로 여행을 떠난 라시드와 하룬.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던 하룬은 그날 밤 마주친 ‘물의 정령’을 따라, 라시드의 능력을 되칮아주기 위해 라시드가 이야기물 수급자로 있다는 ‘수다시’로 들어간다. 라시드가 창조한 ‘이야기 세계’에 발을 디딘 하룬은 라시드가 말해 왔던 이야기 물, 수다족과 잠잠족 등 모든 것이 실제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하룬 부자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수다족과, 이야기를 오염시키고 이야기를 말살하려는 잠잠족 독재자 사이의 거대한 전쟁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는데…….
『하룬과 이야기 바다』는 끊임없이 주목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색채의 상상력과 입체적인 캐릭터, 속도감 있는 서사가 돋보인다. 거기에 루슈디 특유의 화려한 언변과, 기발한 유머와 재치, 지적인 예리함은 기존의 루슈디의 팬들을 만족시키며, 어린 독자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여러 가지 형태의 감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살만 루슈디의 명성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작품
『하룬과 이야기 바다』에서 위협받는 것이 이야기꾼의 이야기 능력이었다면,『루카와 생명의 불』에서는 이야기꾼의 존재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다. 활력이 점차 떨어져 가던 라시드는 아무도 깨울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져 버렸고, 그의 아들 루카는 아버지의 생명이 시시각각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두 작품에선 모두 집필 당시의 작가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읽어낼 수 있다. 『하룬과 이야기 바다』에서 이야기 능력을 잃은 이야기꾼과 이야기를 없애려는 독재자와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흡사 언론과 창작의 자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