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의 가족인 엄마와 나, 우리가 서야 할 자리는 어디일까?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가해자라면? 그 피해자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이고, 엄마는 우리 학교에서 아주 인기 많은 선생님이라면… 엄마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며, 어떻게 처신할까? 나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작가는 《소녀들은 참지 않아》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구나 휘말릴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사건을 설득력 있게 그려 내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과 믿었던 쌍둥이에게 느낀 배신감 혹은 환멸이 충돌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에 독자는 마치 자신의 고민인 것 마냥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만다. 여학생들의 롤모델이었던 쿨한 선생님인 엄마 모습과 가해자 아들을 둔 엄마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악화되는 모녀 관계를 계기로 주인공 명하는 엄마의 틀을 벗어난다. 그리고 성장으로 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때로는 그 여정이 혼란스럽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혀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작가는 유머를 잃지 않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사건을 풀어 갔다.
학교라는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
권력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범죄가 무마되는 근래의 여러 사건들과 은닉의 수법들이 낯설지 않게 소설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교칙이 없는 학교에는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으며, 기록도 없는 것이었다. 이것은 학교를 위해 이사장 이하 선생님들의 동의 및 묵인으로 오랫동안 행해졌던 일이었다. 명예에 집착하는 학교 이사장은 학교 폭력 없는 청정한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사건들을 무마시켰다. 현실을 부정하며 유지해 온 거짓말 같은 학교가 건강할 리 없다. 도덕성을 상실한 권력자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좋지 못한 지도자들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담임은 학생들 편에 서지 않고, 자신의 지위 보전에 전전긍긍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가장 믿었던 선생님은 가해자의 엄마 위치에 서자 이제까지 했던 말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소녀들은 이런 모습에 크게 낙담하지만 그와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