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각본집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오펜하이머〉 읽기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세상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선택을 해야 했던 과학자의 고뇌를 담은 〈오펜하이머〉는 장대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전개 양상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나선 오펜하이머의 양심의 가책, 개인적인 고뇌만이 아니라 매카시즘으로 대표되는 시대적인 상황과 정세의 변화를 세심하게 담아냈다. 이는 흥미로운 볼거리인 동시에 관객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진입장벽이기도 하다. 이번 각본집에서는 이러한 배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추가로 제공한다. 영화의 원작 도서이기도 한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저자인 카이 버드가 각본을 읽고 직접 헌사를 남겨 오펜하이머의 삶과 놀란 감독의 각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각본집의 번역은 〈캐리비안의 해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매트릭스〉, 〈어벤져스4〉 등 굵직한 외화를 번역한 국내 1세대 번역가 김은주 번역가가 맡았다. 그는 특히 블록버스터 영화의 번역가로는 국내 1인자로 손꼽히기도 한다. 영화 번역가들을 항상 괴롭게 만드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화면에 드러나는 자막의 길이’이다. 그렇기에 영화 번역은 화면에 들어가는 길이로 압축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대사를 가다듬어 나가는 제약이 있는 예술이기도 하다. 이번 각본집의 번역은 그러한 제약 또한 벗어나 놀란 감독이 쓴 각본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장 호소력 있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어판 한정으로 한국고등과학원(KIAS 물리학부장이자 세계적으로 저명한 이론물리학자인 박권 교수가 쓴 해설이 부록으로 실린다. 박권 교수는 지금도 서슴없이 “가능하다면 지금도 영화평론가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는 영화 매니아이기도 하다. 박권 교수는 오펜하이머의 삶과 시대적 상황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덧붙이는 것과 동시에 과학자이기에 공감하고 또, 고민할 수 있는 과학자로서의 무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과학의 발전은 과연 인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