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보고 또 봐도
계속 보고 싶은 이유는 뭘까?
수많은 덕질의 세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시은이는 그중에서도 뮤지컬을 좋아한다. 매사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딱딱하고 올바르게만 지내려 애쓰던 시은이에게 뮤지컬과 본진 강이빈은 운명적으로 찾아왔다. 눈빛, 목소리, 작은 몸짓 하나에 배역의 온 감정을 담아내 연기하는 본진의 모습은 자신의 일상에선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유일하게 자유롭다고 느끼는 순간이 공연을 볼 때다. (…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눈앞에서 본진이 춤을 추고 노래하고 있으니까. 이때만큼은 내 감정을 얼굴에 오롯이 드러내도 좋았다. (10쪽
그런 본진의 공연이라면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법. 한데 이 생각은 비단 시은이만 한 게 아니었다.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공연장을 맴도는 뮤덕 귀신 주희가 시은이를 찾아온다. 귀신 뮤덕도 황당한데, 주희는 시은이에게 ‘우리, 본진도 같은데 내 재관람 카드 좀 채워 줘’라는 생뚱맞은 부탁을 한다. 재관람 카드만 채워 주면 앞으로 본진 공연 표를 책임지겠다는 솔깃한 제안까지! 대체 그 재관람 카드가 뭐기에 죽어서까지 채우고 싶은 걸까?
오늘날, 청소년들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취미의 세계에 빠져들곤 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은 잔잔한 삶에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는 것과 같다. 이제껏 느껴 보지 못한 열기,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함께하는 이들의 감정. 그 순간이 하나하나 모이면 지루하던 삶을 좀 더 지속하고 싶어진다. 더 나아가 이 의지를 품게 한 존재를 오래도록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이렇듯 『재관람 카드의 비밀』은 무언가를 꾸준히 파고들고 좋아하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그려 내며, 그들이 쏟아내는 무수한 관심과 열정을 격려한다.
“내 안에 꼭꼭 잠겨 있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말하고 싶은 나와 감추고 싶은 나
시은이 마음속엔 비밀이 여럿 있다. 하나,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 둘, 강이빈을 본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