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도 유효한 16세기 베스트셀러
《우신 예찬》은 1511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팔려 나갔다. 그리고 이후 재판을 거듭하며 유럽 각국어로 번역되는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 사실 에라스뮈스는 이 작품을 여행 중 심심풀이로 머리를 식히려 구상한 뒤 일필에 써나갔노라고 고백했고, 집필 기간도 고작 일주일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단숨에 쓴 이 작은 책은 유럽 전역을 뒤흔들어 놓았다. 단적으로 교회의 온갖 폐습에 대한 풍자와 고발은 종교계를 긴장시켰고, 결국 《우신 예찬》은 종교 세력의 갈등을 야기한 핵심 기운으로 판단돼 금서 처분까지 받았다. 하지만 《우신 예찬》은 이단 혐의가 있는 부분이 삭제된 상태로 17세기까지 계속 출간되었다. 시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풍자와 해학이 있었기 때문일 터다. 재미있는 점은 500년도 더 전에 풍자한 내용이 오늘날 봐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통치자들이 대중의 분별력을 두려워하고 무식한 자들을 좋아했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걸어다니는 사전’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에라스뮈스는 《우신 예찬》에서 그리스.라틴 문학과 철학은 물론 《성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처에서 뽑은 인용과 우화, 상징을 이용했다. 그러다 보니 현대의 독자들로서는 원문만 가지고는 그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서해클래식 《우신 예찬》에서는 친절한 설명과 그림 자료를 곁들여 독자들이 에라스뮈스의 지적 유희를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