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 책의 역사
방대하고 정교한 지식저장 매체의 역사
지식과 기억이 인간다움의 본질을 이룬다
인류의 역사는 지식의 기록과 저장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책이라는 지식저장 매체의 역사에 대한 방대하고 정교한 분석과 설명을 담고 있다. 머나먼 최초에서부터 21세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의 역사를 7개의 장─벽에 새겨진 책, 손에 든 책, 도서관의 책, 성스러운 책, 기계로 만들어진 책, 산업적 책, 전자책─으로 구분하여 생생히 풀어놓고 있다. 선사시대의 동굴벽화에서부터 쐐기문자, 중세의 코덱스, 문고본과 디지털 시대까지를 아우르는 광범한 역사적 지평은 그래픽 기록의 의미와 그 무한한 형식의 풍부함을 분명히 해준다.
책 속에서
전자책이 새로운 매체라는 단순한 사실이 그 참신함을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언제 어떻게 전자책은 책이 갖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해 낼 수 있을까? 언제쯤 인쇄된 책보다 더 편하게 접할 수 있고, 더 싸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서 다른 매체와 결합해 아주 새로운 독서 체험을 약속해줄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전자책으로 비용을 절약하고 싶어 하는 경제적 계산이 전자책으로 세상을 개선하고 싶어 하는 공상적 유토피아적 관점으로 전환된다. 그것이 어찌나 유혹적인지 문화·정치적 활동가들은 벌써부터 미래를 예견하면서 디지털 미래와 연관이 있는 많은 것들을 촉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계획된 진보가 후퇴가 된다면 어떨까? 이는 우리 시대 문화의 디지털 변형을 계획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이상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그들에게 진보란 지금 이미 좋은 것, 하지만 곧 더 좋아져야 하는 것, 그리고 심지어 가능하다면 그때그때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수단으로 가장 좋아져야만 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수많은 가능한 발달 경로 가운데 그들이 선택하는 역사 발달 경로는 더 많은 기술로 세계를 더 많이 개선시킬 수 있는 경로이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