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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누가 소리의 주인인가
저자 정혜원
출판사 현북스
출판일 2023-03-20
정가 17,000원
ISBN 979115741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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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기준은 무당 집안에서 태어나 천대받으며 살아간다. 기준이 신분 상승을 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재주를 살려 최고의 소리꾼이 되는 방법뿐이다. 어느 날, 판소리 명창 송흥록의 소리판이 열린다는 소문에 찾아간 곳에서 보기 드문 귀명창인 태평을 만난 기준은 대뜸 그에게 자신을 제자로 거둬 달라고 청을 하게 된다. 자신은 재주가 없어서 또랑광대도 되지 못한 사람이라며 한사코 거절하려는 태평을 기준은 설득한다.

본문 72~73쪽
“어르신께는 명창들에게 없는 것이 있어라우.”
갑자기 기준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게 뭔 말이다냐?”
태평의 물음에 기준은 숨도 쉬지 않고 대답했다.
“소리를 대하는 마음이지라우. 세상에 판소리를 잘하는 명창은 널렸지만 어르신만큼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구만요.”
(중략
갑자기 기준이 군목질을 하더니 소리 한 토막을 뽑았다. 송흥록의 단가 〈천봉만학가〉였다.
(중략
“얼씨구.”
태평은 저도 모르게 추임새를 했다.
짧은 단가였지만 기준은 밀고 달고 맺고 푸는 소리의 흐름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 듣고 사설과 곡조를 모조리 외워서 부르다니 놀라웠다. 배워서 한 소리가 아니라 타고난 소리였다. 기준은 하늘이 내린 목, 소리 광대라면 누구나 원하는 천구성을 가졌다.

기준은 태평에게 소리를 배우고, 태평은 성심을 다해 어린 제자를 돌보고 가르친다. 그러나 기준은 태평의 가르침이 영 못마땅하다.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알쏭달쏭한 화두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은 기준의 바람과는 달리, 태평은 소리의 정신과 의미를 기준에게 전해 주는 것에 더욱 몰두하기 때문이다.
본문 177~178쪽
“소리의 주인이 누구냐?”
농민군에 대한 설전 이후 태평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민초라는 말인 게라우?”
기준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민초뿐이겄냐? 고을 아전도 될 수 있고, 고관대작이나 임금님도 될 수 있지야. 허나 진정한 광대라면 제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이 어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