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불교 입문자와 인문학 독자를 위해 불교 경전의 핵심적인 내용만 쏙쏙 뽑아 쉽고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낸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불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경전이라 일컬어지는 『금강경』. 하지만 그동안 낯선 용어와 난해한 해설로 『금강경』에 담긴 삶의 지혜에 닿지 못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 요의에 닿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경험이 이 책 안에 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어디에도 머무르지 말라는 파격의 일침
「제2선현기청분」에서 『금강경』의 가르침이 시작되는 계기를 만드는 수보리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세존이시여!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선남자 선여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이는 결국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좋은지’를 묻는, 만고불멸의 질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제32분까지 이어진 문답으로 드러나는 붓다의 답은 ‘나’라는 관념을 내려놓고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무상하고 변화하니 그 무엇도 고정된 실체를 갖고 존재하지 않는데, 어째서 ‘나’라는 것에 집착하며 고통을 받느냐는 말이다.
먹고 숨 쉬고 생각하는 내가 이렇게 버젓이 존재하는데 ‘나’라는 것이 없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그런데 ‘나’만이 아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마음이 집착하며 머무른다면 그만큼 진리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모든 형상과 이름의 관념을 부수고 세상의 진짜 모습을 보라고 말하는 『금강경』의 돌직구는 ‘부처의 법’이라는 관념마저 버리라고 한다. 이것이 절대적인 부처님의 말씀, 부처님이 설하신 단 하나뿐인 진리라고 스스로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야 한다. 이렇게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불교의 가르침, 공(空 사상을 『금강경』은 ‘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그 진수를 보여준다.
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