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는 이영득 작가의 오랜 관찰 끝에 나온 그림책
쇠물닭 둥지를 처음 봤을 때 가슴이 막 뛰었다는 작가는 신발을 벗고 늪에 풍덩 들어가서 물풀을 보다가 숨이 멎는 것 같았다고 한다.
“키가 큰 줄 숲에서 처음 쇠물닭 둥지를 봤어요.
꽤나 크고, 물보다 한 뼘 위에 지은 수상 가옥이 참으로 신기했지요.
넓적하고 오목하게 지어 놓은 둥지 바닥에는 마른 잎들이 깔려 있었고,
둥지 안에는 동그란 알들이 있었어요.”
작가는 적에게 절대 들키지 않기 위한 쇠물닭 엄마 아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뭉클하고 대견하고 감동스러워 쇠물닭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쇠물닭은 천적으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둥지 겉을 싱싱한 줄 잎으로 이쪽저쪽으로 구부려서 가려 놓은 천연 요새 둥지를 짓는다. 이러한 보살핌 속에서 새끼 쇠물닭은 부모가 잡아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쑥쑥 크고 성큼 자라서 청년 쇠물닭이 되면 직접 사냥하는 법도 익히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쇠물닭의 성장을 지켜보며 마치 자식을 독립시킨 부모처럼 뿌듯함을 느끼며 쇠물닭도 자식 키우는 것이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 태풍으로 모두 사라져 갈 것 같은 늪에서 스스로 되살아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일상을 찾는 쇠물닭의 일생을 긴장감 있게 끌어가는 이야기는 흥미진하게 전개된다. 가장 늦게 깨어났지만 부모의 보살핌으로 끝까지 살아남아 생명을 이어가는 막내 쇠물닭의 활기찬 모습은, 자연의 넓은 품이 얼마나 위대한지 또 사람도 쇠물닭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귀한 생명임을 깨닫게 해 준다.
■ 한국화 특유의 감성을 잘 담는 권정선 화가가 취재를 통해 그린 생태 그림책
「물들숲 그림책」 시리즈 첫 책을 완성도 있게 담은 권정선 화가는 이번 책에서도 한국화의 특징을 잘 살린 아름다운 자연 그림책으로 독자들을 푹 빠지게 한다. 글 작가와 함께 직접 늪과 저수지 들을 취재하며 드넓은 주남 저수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쇠물닭이 살아가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