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날도 즐거운 날도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 강혜숙이
‘심심할 틈 없이’ 펼쳐 놓은
‘심심 타파’ 그림책
인간은 이야기에 탐닉하도록 진화했다. 이야기는 구술에서 점토 판으로, 육필 원고로, 인쇄 도서로, 전자책으로 형태와 도구를 달리 해 생존해 왔다. 이야기라는 근원적 재미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심심할까? 『옛날옛날에 심심한 사람이 있었는데』는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옛날옛날에’로 시작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예나 지금이나, 어디에나 있을 법한 심심한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안 해서 심심하고, 놀고 있어도 심심한 이들은 여기저기서 출몰한 토끼를 쫓다 기상천외한 모험에 발을 디디게 된다. 재미에 홀딱 빠져 바다에서 괴생명체를 만나고 우주로 날아가 달이 차기까지 놀다가, 다시 지구에 떨어져 지구의 핵에 이르기까지, ‘진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어 종횡무진 누비다 보면 어느새 숨이 찰 정도로 다이내믹한 이야기의 한복판에 우뚝 선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심심함에 지친 영혼을 깨우는 소리가 되고, 여기에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심심할 틈 없이 알차게 여문 즐거움을 선물한다.
“옛날옛날에 심심한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도 심심할까?”
강혜숙 작가는 평소 만다라 풍의 채색 기법을 연구하고 그림책에 적용하는 일에 힘을 쏟아 왔다. ‘manda’는 ‘진수’ 또는 ‘본질’, ‘la’는 ‘소유’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본질이 여러 가지 조건을 만나 무에서 유로, 또 다시 무의 세계로 회귀하듯, 『옛날옛날에 심심한 사람이 있었는데』의 이야기 또한 시작과 동시에 변화하고 끝을 두지 않은 채 다시 회귀하는 서사의 방식을 취해, 이야기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을 펼쳐 놓았다. 이미지 또한 이야기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폭을 맞춰, 나뉘고 다시 결합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며 때로는 숨가쁘게 전진하고, 어느 때는 가만히 멈춰 서서 숨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