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뱀이 되는 시간, 우리에게 다가온
살금살금 걸어도 숲이 쿵쿵 울리는 코끼리와 쿵쾅쿵쾅 걸어도 가랑잎만 바스락거리는 생쥐는 친구입니다. 전혀 다른 두 인물이 ‘친구’라는 관계로 묶여진 상황은 외형뿐만 아니라 성격도 저마다 다른 우리 각자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술래잡기를 같이 하기로 하고, 술래가 되어 생쥐를 찾으려 좁은 굴에 들어간 코끼리는 곧 답답함을 느끼고 재미를 잃지만, 생쥐의 비명을 듣고 생쥐를 구하기 위해 좁아지는 굴로 뛰어듭니다. 큰 코끼리가 좁은 굴을 지나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이지만, 생쥐를 지켜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코끼리는 자신이 뱀처럼 가늘어지는 시간을 이겨내지요. ‘코끼리가 뱀이 되는 시간’은 자신을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끔 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견뎌내는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은 코끼리와 생쥐의 술래잡기라는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그 안에서 보여지는 묵묵한 최선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코끼리는 왜 그랬을까? 를 생각해 보게 할 것이라 믿습니다.
뱀이 된 코끼리는 어떻게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어떻게 그 좁은 터널을 통과했냐는 생쥐의 물음에 그냥 네 생각만 했다고 하는 코끼리의 답은 단순하면서도 아름답게 최선을 다하는 본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선을 다해 굴을 빠져나온 코끼리는 자신이 뱀의 모습으로 변한지도 알지 못하지요. 하지만 생쥐의 도움으로 코끼리는 곧 원래의 모습을 찾습니다.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코끼리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엉뚱한 방법으로 코끼리를 원상 회복시켜 주는 생쥐의 역할이 이 책의 또 하나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지닌 상상력으로 독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할 이 장면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과 더불어 원래의 나로 회복할 수 있게 해 주는 힘 또한 우정과 친구에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점점 가늘어지는 코끼리를 위한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의 하모니
좁아지는 굴속으로 쑥쑥 들어가는 코끼리의 모습을 어른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