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를 좋아해서 시작된
상상의 세계 ‘바나나 왕국’
상상의 영역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세상에 없는 존재를 만들 수도 있고, 한 마을, 심지어 한 나라도 세울 수 있다. 작가 정희정은 바나나를 통해 마치 조물주처럼 바나나족을 탄생시키고 바나나 왕국을 건설했다. 신화 같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들의 생활을 엿보는 이야기까지 상상의 세계는 점점 구체화되어 실제로 어딘가에 바나나 왕국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구나 마음속에 작은 상상을 키우는 방 하나쯤은 갖고 있다. 매일매일 바쁘게 살다 보면 그 방에 먼지만 소복이 쌓일 수도 있겠지만, 걱정하지 말기를. 바나나 왕국 이야기로 방치됐던 방의 스위치가 건드려질 테니….
작가가 펼쳐 낸 바나나 왕국과 바나나족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그들과 즐기며 바나나 왕국의 세계로 더 깊숙이 들어갈지 말지는 독자에게 달려 있다. 이 책은 그래서 (이미지적으로 완성된 것이지 (이야기적으로 완결된 것은 아니다. 작가의 상상에 독자의 상상을 더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닮은 듯 다른 세 편의 아코디언북
그 안에 담긴 예술성과 물성의 어우러짐
바나나 하면 노란색이 떠오른다! ‘따사로운 노란 햇살’을 머금은 것 같은 옐로우는 《바나나 왕국》을 이끌어 가는 중심축이다. 바나나족의 탄생 신화를 다루는 1편에서는 옐로우와 다크블루로 컬러 대비를 주면서 바나나족 탄생을 극적으로 보여 준다. 신화적인 무게감은 날카로운 에칭화 느낌의 다크블루로, 생명 탄생의 신비로움은 부드러운 옐로우로 표현했으며 이 두 컬러는 강렬한 대조를 이룬다. 이어지는 2편과 3편도 컬러 변주에 신경을 썼다. 그림 구석구석을 들여다볼수록 작가가 바나나족의 다채로운 일상을 보여 주기 위해 얼마나 고심해서 컬러를 골랐을지 짐작이 간다.
2편은 블랙 라인 그림에 바다는 민트, 산은 오렌지 브라운으로 채워져 화사한 바나나 왕국 지도가 완성됐다. 마치 항해 지도처럼 우리를 ‘바나나 왕국’으로 초대하는 것 같다. 3편은 코럴, 그린, 브라운, 베이지로 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