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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아빠가 주르륵 -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54 (양장
저자 홍주연
출판사 고래뱃속
출판일 2023-09-04
정가 15,000원
ISBN 9791193138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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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순간
절로 나오는 한 마디, ‘녹는다. 녹아!’

따뜻한 물에 지친 몸을 폭 담그고 있으면, 아빠의 고단함이 조금은 풀어지는가 봅니다. 그런데 긴장을 너무 풀어 버린 탓이었을까요. 아이들과 놀아 줄 엄두가 나지 않는 아빠의 속마음을 알아챈 누군가가 마법이라도 부린 건지, 아니면 매일 쌓여가는 피로를 못 버티고 아빠의 몸속 세포들이 이때다 싶어 흩어져 버린 건지··· 아빠의 몸이 그만 거짓말처럼 주르륵! 녹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녹아 버린 몸은, 어쩌면 아빠 마음의 반영이었던 걸까요? 가족이 늘어 갈수록 남모르게 쌓여 온 책임감으로 팽팽해진 긴장의 끈을 붙든 채, 매일을 단단한 몸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요. 그렇게 뜨끈한 물속에 담긴 아빠의 입술 사이로, 송골송골 물기 머금은 탄식이 마치 주문처럼 슬며시 새어 나왔을 것입니다.
‘녹는다. 녹아!’

아빠! 우리가 놀아 줄게요

한편 아빠가 걱정되어 욕실 문을 연 아이들은,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놀라 그만 눈물을 터트립니다.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면서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아빠를 조심조심 유리병 속에 담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이제 어쩌면 좋을까요? 아이스크림처럼 꽁꽁 얼려 볼까? 쿠키처럼 단단하게 구워 볼까?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빠를 되돌려 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말캉한 젤리는 어때? 아! 탱글탱글 귀여운 젤리 아빠가 등장했습니다. 아이처럼 변신한 젤리 아빠에게 아이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외칩니다.
“아빠, 우리 같이 놀러 가요!”
그동안 아빠가 아이들과 놀아 주었던 것처럼, 이제는 아이들이 아빠와 놀아 줄 차례입니다.

젤리처럼 말캉말캉하게
아이처럼 말랑말랑하게

그렇게 가족들은 놀이공원으로, 숲으로, 바다로 떠나 함께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속에 잔잔한 웃음과 온기가 퍼지는 것은, 그 시간이 얼마나 반짝이고 소중한 것인지 우리가 너무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