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궁금해졌어. 아주 많이.”
고고한 초승달처럼 높은 곳에서 홀로 빛나는 아이 ‘고요’, 그늘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다정한 반장 ‘정후’. 수현의 시선 끝에는 언제나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있다. 온종일 그 아이들을 바라보지만,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마치 다른 차원에 속한 것처럼 서로 맞닿을 일은 없다. 그러나 어느 밤 문득 찾아온 꿈과 또렷이 설명할 길 없는 우연의 연쇄 작용으로 인해 이야기의 캔버스는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관찰의 영역에 머무르던 이들을 온라인 공간에서 처음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것은, 뜻밖의 인물이 수현의 시야에 들어오면서부터였다. 교실에서의 존재감이 희미하지만 어쩐지 눈길이 가는 ‘우연’. 도대체 왜 나는 저 애가 이토록 궁금한 것일까? 수현의 강렬한 호기심을 따라 지형도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마냥 빛나 보이는 동경의 대상도 사실은 나와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진실, 그리고 보잘것없다고만 여겼던 나를 줄곧 바라본 누군가가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달의 뒷면처럼 영영 감추어질 뻔했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난다.
“사람들은 달을 올려다본다고만 생각하지,
달이 지구를 보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달인데 말이야.” _책에서
특별하지 않은 아주 보통의 마음들이
서로 맞닿는 순간은 그저 우연인 것일까?
말하기 어려운 속내를 SNS에 털어놓으며 익명의 상대와 특별한 관계를 형성해 가는 현시대 청소년들의 모습을 존중 어린 시선으로 그려 낸 점은 『고요한 우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진심 어린 선의가 오가는 공간으로서 채팅창과 교실, 동네 공원 등은 이 소설에서 대등한 무게를 지녔다. 송수연 평론가는 “이 작가는 온라인 세계를 쉽게 평가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작가의 시선과 태도가 믿음직한 결말을 낳았다.”라고 평하였다. 또한 이 소설이 현실 공간과 가상공간을 교차하는 전개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이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