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나이가 들면 어때요?
아, 어릴 때랑 똑같지.
그냥 조금만 달라.
어릴 때는 많이 웃잖아.
나이가 들어도 그래.
어릴 때는 가끔 입맛에 맞지 않는 게 있지?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야.
어릴 때는 가끔 춤을 추고 싶어 하지.
나이가 들어도 그래.
어릴 때는 아직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서 화가 나.
나이가 들면 이제 더는 할 수 없는 일들 때문에 화가 나지.
어릴 때는 시간이 너무 늦게 흘러가서
꾹 참아야 할 때가 많잖아.
나이가 들면 더는 참을 필요가 없어.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흐르니까.
〔중략〕
담담한 어조에 아스라이 스며 있는 관조의 미학이 돋보이다!
마치 시어처럼 간결하고 단정한 문장 속에 참 많은 생각들이 녹아들어 있어요. “어릴 때는 많이 웃잖아.”, “어릴 때는 가끔 입맛에 맞지 않는 게 있지?”, “어릴 때는 가끔 춤을 추고 싶어 하지.”, “어릴 때는 아직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서 화가 나.” 등등……. 할머니는 느긋하게 미소를 지은 채 한창 자라는 나이의 아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먼저 헤아려 주고는, “그건 나이가 들어도 그래.”,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야.” 하고 기꺼이 공감을 해 준답니다.
그러고 나서 할머니가 살아오면서 느끼고 변화한 감정과 마음, 생각들을 들려주어요. “나이가 들면 이제는 더는 할 수 없는 일들 때문에 화가 나지.”, “나이가 들면 더는 참을 필요가 없어.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흐르니까.”, “나이가 들면 옛 친구들이 자꾸 떠나.”, “나이가 들면 그냥 웃게 되는 대답이 많지.” 등등.
할머니의 대답 속에는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깨닫게 된 ‘시간’과 ‘세월’에 대한 성찰이 정갈하게 담겨 있어요. 아이의 질문에 구구한 설명을 이어 가기보다는 그동안 세상을 살아오면서 알게 된 깨달음을 담백하게 읊조림으로써 생각의 배턴을 아이한테로 자연스럽게 넘기는 방식이라고 할까요? 짧은 문장의 행간에서 오히려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건져 올리게 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