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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병아리 붓은 억울해 : 깊은 밤 필통 안에서 3 - 난 책읽기가 좋아 (양장
저자 길상효
출판사 비룡소
출판일 2023-05-30
정가 12,000원
ISBN 978894916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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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붓은 억울해
쓰는 마음, 지우는 마음
쪽지가 최고야
「병아리 붓은 억울해」 - 나 연필 맞지? 병아리 연필이 붓이 된 사연
표지에서부터 ‘병아리 붓? 웬 붓? 그나저나 낯익은 붓인데….’ 하며 책장을 넘기면, 한 폭의 수묵화나 책가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펼쳐지며 독자들은 더욱 어리둥절해진다. 캄캄한 그믐밤에 힘겹게 천자문을 써 내려가는 병아리 붓의 고달픈 이야기는 사실, 한자 학습지 한 권을 통째로 풀고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진 병아리 연필의 꿈속이다.

병아리를 뜻하는 글자 ‘추’는 획을 열여덟 번 그어야 쓸 수 있었어요. 병아리 붓은 자신의 이름을 글자로 쓸 수 있다는 기쁨에 겨워 힘든 줄도 몰랐어요. 종이 한 장이 가득 찰 때까지 같은 글자를 쓰고 또 썼어요.
...
‘뜻은 병아리인데 왜 추라고 읽어야 하지?’
병아리 붓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어요.
_본문에서

한자 900자를 쓰고도 깨지 않는 긴 꿈속에서 병아리 붓은 ‘말하는 대로, 소리 나는 대로 쓸 수 있는 스물여덟 글자’를 만나게 되고, 필통에 함께 꽂힌 붓 친구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어 주지 않는데!

「쓰는 마음, 지우는 마음」 - 지우고 다시 쓸 수 있어 다행이야
‘…엄마가 밉다.’ 담이의 일기가 여기까지 이어지자, 일기를 쓰던 무지개 연필은 가슴이 철렁한다. 자기를 꼭 쥐고 단숨에 일기를 써 내려가는 손에서, 담이의 속상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가만히 일기를 내려다보던 담이가 지우개를 집어 들고 모든 문장을 지워 나가자, 지우개도 가슴이 철렁한다.

일기를 지우면서 낱말과 문장 하나하나를 읽던 지우개는 가슴이 철렁했어요.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담이가 얼마나 속상한지만은 알고도 남았어요. 자기를 꼭 움켜쥔 채 종이가 찢어질 만큼 힘주어 지우는 담이의 손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_본문에서

초록 연필은 수업 시간에 애써 그린 지도를 지우개가 싹 다 지워 기분이 상할 뻔하지만, 자신이 그린 ‘밑그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닫고 뿌듯해한다. 지우개가 지우는 것은 꼭 틀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