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이야기’의 힘을 믿는 한 인류는 계속된다!
SF 소설의 영원한 주제, “나는 누구인가?”
『써드 1』은 수천 년간 인간이 이룩한 모든 문명을 빼앗긴 상황에서, 인간에게 남은 ‘로봇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작가는 인간 집단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 로봇들이 ‘망상’이라고 부르는 것, 주인공 요릿의 언니가 ‘꿈’이라고 부르는 그것에 답이 있다고 답한다. 바로 ‘이야기’의 힘을 믿는 것이다.
『써드 1』에서 요릿의 마을에는 단 한 명의 할아버지만이 ‘독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오래전 로봇들이 인간들을 쫓아낼 때 책을 모조리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봇들의 도시에 창고를 만들어 꽁꽁 숨겨 두었다. 기계인간들의 ‘분서갱유’인 셈이다. 그러나 필요한 데이터에만 접근하고 수집하는 로봇들과 달리, 인간들은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오랜 시간 간접적으로 수많은 책의 이야기를 접하고 전승해 왔다. 온전치 않은 기억으로 전해진 이야기의 빈틈을 메꾸는 건 아이들의 몫이 되었다.
“책을 지키고 이야기를 지켜 낸다면, 인간은 무너진 세상을 다시 세울 수 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최영희 작가 역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써드 1』 속 마을 할아버지처럼 이야기의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취한다. 소설을 관통하는 또 다른 소설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시작으로, 『빨간 모자』, 『인어공주』와 같은 동화뿐만 아니라 알퐁스 도데의 『별』,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수도원』,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곳곳에서 언급하며 어린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한다.
특히, 최초의 SF 작가라고 여겨지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써드 1』 속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실마리가 된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이 던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써드 1』의 괴물에게로 이어지며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도록 만든다.
존재가 규정되지 않은 괴물이 “나는 누구인가?”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