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가득하다: 꽃향기와 웃음소리와 저녁별로
가소롭다: 하도 같잖아서 헛웃음만
가혹하다: 시퍼렇게 질릴 만큼
각박하다: 마른 먼지만 풀풀
각별하다: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하게
간절하다: 두 손을 모으고 우두커니
감미롭다: 잔물결을 스친 바람이 꽃가지를 흔들 때
갑갑하다: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아
갑작스럽다: 이제 자리 좀 잡나 싶었는데
값지다: 무기력하게 보내던 시절에 비하면
개운하다: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고 일어나니
거북하다: 숨겨져 있는 가시가 선명히 보여
겸연쩍다: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아서
경쾌하다: 잎과 잎을 슬쩍슬쩍 흔들어 부딪치며
고달프다: 몸살에 걸린 몸이 나를 끌고
고소하다: 안타깝긴 해도 속이 다 시원하게
고약하다: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을 만큼
고요하다: 말없이 제 할 일 해내는 것들은
곤혹스럽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공손하다: 으레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과감하다: 거침없이 성큼성큼 뻗어가면서
관대하다: 기꺼이 더 지친 사람을 쉬게
괜찮다: 여기까지 온 게 어디인가
구차하다: 주저리주저리 말할수록 자꾸
귀찮다: 어디에든 숨어들고 싶을 만큼
근사하다: 한걸음 더 내 안으로 들어온 너
기운차다: 아직 닿아본 적 없는 지점을 향해
끄떡없다: 다소 당혹스러워하기는 했어도
나약하다: 흔들리거나 흔들어보거나
냉정하다: 발등 위로 떨어지는 차가운 말
넉넉하다: 바다를 보다가 바다가 되어
느긋하다: 더딘 걸음이었지만 그새 여기까지
다급하다: 머릿속은 하얗거나 까맣고
단단하다: 조급하지 않게 세상으로 나아가면서
달콤하다: 너와 내가 함께하는 시간이
대견하다: 나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은 밤
더럽다: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 너의 험한 모습
두렵다: 무심히 먼 날들을 떠올리다보면
따끈하다: 얼었던 몸이 스르륵 풀리면서
막막하다: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아
머쓱하다: 괜히 한마디 툭 던졌다가 갑자기
몽롱하다: 창가 빗물과 창밖 불빛이 아른아른
무감각하
힘이 되는 다독임, 현명한 통찰, 선명한 위로
가볍게, 그러나 깊게 스며드는 따뜻한 마음
괜찮다
: 괜찮다는 것은, 가로가 아닌 세로로 고개를 끄덕여본다는 것.
들숨으로 안도를 들이고 날숨으로 걱정을 내보낸다.
다급하다
: 다급하다는 것은, 일하는 중간중간 그대가 몹시 보고 싶어졌다는 것.
머릿속은 하얘지다가 까마득 까만색으로 채워진다.
부담스럽다
: 부담스럽다는 것은, 조금 전 처음으로 인사한 사람이 어깨를 툭툭 치면서 친한 척을 해온다는 것.
네 마음의 줄자와 내 마음의 줄자에는 차이가 있다.
향기롭다
: 향기롭다는 것은, 어렴풋하게나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아간다는 것.
우리는 모두 자신만 모르는 향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마흔살 위로 사전』에는 이렇듯 일상 순간순간의 마음이 참신한 비유에 담겨 있다. 긍정적인 마음 50가지, 부정적인 마음 50가지를 균형 있게 나누고 알차게 선별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봐온 저자의 내공 덕분이다. “그만 아파하기로 한다. 나만 아파서”(「분하다」 부분 같은 다독임도, “상처와 통증은 처음 유발 지점으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다”(「뼈아프다」 부분는 통찰도, “‘창고’ 앞에 ‘보물’이라는 글자를 써넣어본다”(「참담하다」 부분는 위로도 모두 저자의 이러한 공력 덕분에 더욱 따뜻하게 빛을 발한다.
각 단어마다 붙은 ‘마음 곁에 마음을’이라는 별도의 읽을거리는 이 에세이집의 백미라 할 만하다. 한편의 시가 되기도 하고 하루의 명상이 되기도 하는 이 짧은 글은 너무 무겁지도 장엄하지도 않게 조용한 반성과 다정한 위로로 가슴에 내려앉는다. 볼 것도 읽을 것도 너무 많은 요즘 우리들에게 꼭 맞춤한 토닥임이라 할 수 있겠다. 『마흔살 위로 사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임을 지는 나이”(정호승인 40대를 위해 쓰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책임지고 있다면 이 책의 위로는 누구에게나 유효하다. 일상에서 겪는 환희와 좌절의 격랑은 꼭 40대만 겪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