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선을 넘나드는 마음,
까만 밤을 물들이는 상상
금기와 금기를 어기는 것에 대한 신화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주제 중에 하나였습니다. 게다가 그 금기가 부모가 자식에게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선언한 것이라면? 작가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 주제를 ‘두려움’이라는 정서와 엮어 한 편의 깜찍한 심리 스릴러로 발전시켰습니다. 금기를 어긴 아이가 밤사이 마주하게 되는 공포와 상상, 그리고 다시 날이 밝았을 때 마주하게 되는 두려움의 실체에 대한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 봤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게 합니다. 그 밤 속에는 미지의 어둠을 헤쳐 나가며 온갖 다채로운 공포를 창조해내던 놀라운 상상력이 있고, 다시 밝아 온 낮 속에는 금기를 어긴 짜릿함은 찰나로 지나가고 밤보다 더 커다란 검은 안개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복잡한 감정들이 있습니다. 더불어 해결하기 어려운 콤플렉스 앞에서, 금기를 어긴 것에 대한 대가 앞에서, 부모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던 가엾은 마음들이 있지요. 그렇게 우리들의 밤과 낮 속에는, 우리 자신보다 ‘거대한’ 존재 앞에서 벌렁대던 심장박동이 있었습니다.
밤의 얼굴보다 더 무서운
낮의 얼굴을 만났을 때
그런데 두근두근 심장박동 속에 밤을 새카맣게 채워 가던 상상은 금세 잠으로 이어지고, 저도 모르게 잠든 아이는 그만··· 이부자리에 실수를 해 버리고 맙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떴을 땐, 간밤의 거대얼굴은 그저 의자에 걸린 아빠 바지였을 뿐이라는 걸 깨닫죠. 하지만 망상 속의 공포는 이어 현실 속의 공포가 됩니다.
‘엄마에게 자다가 쉬한 걸 들키면··· 정말 큰일 나!’
그렇게 책의 중간 지점에서, 아이의 ‘밤의 공포’와 ‘낮의 공포’가 교차하는 지점이 찾아옵니다. 이부자리에 지도를 그린 걸 감추기 위해 엄마 몰래 빨래를 하던 아이가 그 현장을 엄마에게 들키게 되는 순간, 아이는 밤사이 자신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거대얼굴’보다 ‘엄마 얼굴’에 더 크게 놀랍니다. 어쩌면 아이가 가지고 있는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