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 자본’, ‘연애와 섹스’, ‘결혼’에서 ‘연대’, ‘페미니즘’, ‘남자’까지,
이 시대의 키워드들을 둘러싼 페미니즘 문답
저자 중 한 명인 스즈키 스즈미는 1983년생으로, 페미니즘이 가져온 변화에 따른 희망과 좌절, 정체와 혼돈이 공존하는 시기를 온몸으로 맞닥뜨린 세대다. 스즈키 스즈미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사장이 되느냐, 아니면 사장의 아내가 되느냐, (…… 이 둘 사이의 좁은 틈 속에 있으면서 뭘 골라도 미련이 남는 탓에 어느 하나를 확실하게 선택하지 못한 세대”라고도 할 수 있다. 더욱이 일본경제신문사 기자로 일하기 전 AV 배우였던 과거가 낙인으로 남아, 사람들의 시선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 성 시장에 가담했다는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개인적인 고민 또한 갖고 있다.
‘매력 자본(에로스 자본’, ‘능력’, ‘자유’, ‘남자’ 등 열두 가지 주제와 관련한 열두 통의 편지를 보내면서 스즈키 스즈키는 우에노 지즈코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여성이 ‘피해자’라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여성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걸까요?”,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나요?”, “과거의 제가 어리석었다고 인정하면 그 자체로 다른 피해자를 상처 입히는 일일까요?” 이런 물음들은 비단 스즈키 스즈미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수많은 여성이 안고 있을 의문이다.
원제이기도 한 ‘한계에서 시작하다’는 스즈키 스즈미의 책 《귀엽고 심술 맞은 여동생이 되고 싶어》에 대한 우에노 지즈코의 논평에서 가져온 것이다(“이런 제목을 쓰는 건 이제 한계가 왔죠.”. 이 한계 밖으로 나가고자 발버둥 치는 젊은 작가에게 우에노 지즈코는 특유의 솔직하고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페미니즘 사상의 정수를 전한다. 이는 노련한 학자의 경험과 관록이 깃든 인생 조언이기도 하다.
가령,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에로스 자본’이라 여기고 고등학생 시절부터 성을 팔았던 스즈키 스즈미에게 우에노 지즈코는 ‘자본의 소유자가 그 자본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재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