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두나무 곁의 두 사람
2 무릎에 개를 올려 놓고 있는 여인
3 오마 가는 길
4 라코스테 스웨터를 입은 남자
5 유모차의 여인
6 턱을 괴고 있는 젊은 여자
7 가죽옷에 경주용 헬멧을 쓴 채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남자
8 바위 아래 개 두 마리
9 르 코르뷔지에가 지은 집
10 자전거를 탄 여인
11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남자
12 풀밭 위의 그림
13 시편 139: “당신은 나의 앉고 일어섬을 아시니…”
14 거리의 배우
15 잔에 담긴 꽃 한 묶음
16 길가에 엉켜 쓰러진 두 남자
17 말고삐를 든 남자
18 시프노스 섬
19 전구를 그린 그림
20 안티고네를 닮은 여자
21 얘기하고 있는 친구
22 소 곁에 앉은 두 남자
23 가슴을 풀어헤친 남자
24 사빈 산맥의 집 한 채
25 바구니 안의 고양이 두 마리
26 샤프카를 쓴 젊은 여인
27 식사 테이블에서
28 19호실
29 반군 부사령관
추억이 깃든 사진 앨범을 넘기다 보면, 기억조차 희미한 오래 전의 일인데도 금세 예전으로 돌아간 듯 당시를 회상하면서 미소짓거나 슬픔에 빠지게 되는 경험을 흔히 겪어 보았을 것이다. 나를 거쳐간 사람들과 사건, 장소들이 떠오르면서 그 순간들이 영원히 존재할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는 기억을 환기시켜 추억을 되살려 주는 사진의 특성 때문이다. 여기, 마치 사진을 찍듯이 삶의 한 순간을 정지시켜 섬세하게 글로 ‘되살려’ 놓은 책이 있다.
기억 저편에 묻어 두었던 감동적 순간의 섬세한 재현
추억이 깃든 사진 앨범을 넘기다 보면, 기억조차 희미한 오래 전의 일인데도 금세 예전으로 돌아간 듯 당시를 회상하면서 미소짓거나 슬픔에 빠지게 되는 경험을 흔히 겪어 보았을 것이다. 나를 거쳐간 사람들과 사건, 장소들이 떠오르면서 그 순간들이 영원히 존재할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는 기억을 환기시켜 추억을 되살려 주는 사진의 특성 때문이다. 여기, 마치 사진을 찍듯이 삶의 한 순간을 정지시켜 섬세하게 글로 ‘되살려’ 놓은 책이 있다.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은 생의 한 지점, 누군가를 처음 만난 순간, 함께 식사하던 친구의 움직임 하나하나와 목소리, 그때 그곳 풍경의 색감과 향기까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면서 사진보다 더 세밀하게 묘사한, ‘글로 쓴 사진(포토카피’이라 이름 붙여진 아름다운 산문집이다. 우리 시대의 지성 존 버거는 ‘포토카피(사진복사’라는 이름을 붙이고, 살면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 수없는 만남 속에서 쉽게 놓치게 되는 감흥과 기억들을 조심스러운 손길로 잡아내어 때로는 시적으로, 때로는 그림을 그리듯이 절묘하게 펼쳐 놓는다.
이 책은 또한 존 버거가 우리를 위해 마련한 경험의 세트장이기도 하다. 여행을 가서 단 몇 분간 머문 장소를 그리워하고, 혹은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을 그리워하고, 한번도 만나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애정과 존경을 갖는 것은 결국 휴머니즘의 다른 모습이다. 이 깨달음은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