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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걱정 없는 약 - 햇살고운책
저자 정소영
출판사 도담소리
출판일 2023-10-05
정가 10,000원
ISBN 979119029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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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 걱정 없는 약
이야기 2 - 나무가 되고 싶은 아이
이야기 3 - 달뫼산의 마법사
이야기 4 - 돌다리 할아버지와 우주 소녀
이야기 5 - 악착동자와 아기 도깨비
이야기 6 - 분분이 꽃
이야기 7 - 흰고래 루루와 세 개의 돌
이야기 8 - 왕바위와 바닷새

책 속에서

방울이 딸이 야옹야옹 혀를 낼름거리며 걱정해요. 방울이 딸은 비단옷을 입은 것처럼 윤기 나는 하얀 털을 가지고 있어요. 방울이 엄마가 딸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해요.
“넌 왜 그리 쓸데없는 걱정을 하니? 비를 안 맞으면 될 거 아니냐.”
방울이 딸은 엄마 말이 탐탁지 않은 듯이 야옹야옹 말해요.
“어떻게 비를 안 맞아요. 나가서 놀고 싶은데요.”
방울이 딸은 엄마 보란 듯이 비가 내리는 마당을 가로 질러 옹기종기 앉은 장독 사이로 달려갔어요.
“저런! 어떡해? 장독에 부딪쳐 머리를 다치면 어떡해요?”
“어떻게 당신은 날마다 걱정만 해요?”
방울이가 툴툴거리자 방울이 아들도 거들어요.
“아빠, 엄마가 걱정을 많이 해서 병이라도 날까 봐 걱정이에요.”
방울이는 아들을 한 발로 툭 치며 화를 냅니다.
“아들. 무슨 그런 걱정을 하냐? 나는 네가 이쁜 신부도 못 얻고 혼자 살까 걱정이다.”
“아빠도 참, 별걱정을 다 하시네요. 저는 엄마 아빠가 늙어서 제 얼굴을 못 알아볼까 봐 걱정입니다.”
방울이는 허억 가슴이 무너져요. 치미는 화를 억누르며 또 하늘을 쳐다보아요. 어느새 비가 그치고 해님이 나와 있네요. 방울이는 날이 훤해져서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어두운 하늘이 가슴속으로 성큼 들어와 있는 것 같아 자꾸자꾸 우울해져요.

(중략

“영감, 그런데 이상해요. 걱정이 많은 얼굴이에요.”
“뭔 그런 걱정을 하는가?”
“그래도 좀 걱정이 되네요.”
“걱정 없는 약은 걱정을 안 하는 거여.”
“맞아요. 우리가 잘 먹는 약이지요.”
할머니가 또 호호 웃었어요. 할아버지도 하하 웃었어요.
방울이는 숨이 헉 막혔어요. 쿵쿵쿵 가슴이 뛰었어요. 세상에…, 걱정 없는 약은 걱정을 안 하는 거라니.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