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금융경제는 어떻게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가
경제는 경제학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2010년에 발표된 이 책의 직접적인 집필 동인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필두로 닥쳐온 2008년 국제 금융위기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40년 호황을 타고 시카고학파가 지켜온 경제학의 “지적 건축물”, 즉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시장이라는 이론과는 달리 금융시장은 안정을 지향하는 자동조절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포글의 말처럼, “21세기 첫 10년의 금융경제적 구성물은 ‘완전한 실패’로 입증”된 셈이다.
“이 고찰들은 18세기부터 현재까지의 경제학적 지식의 몇 가지 별자리와 관련을 맺을 것이며, 그러면서―금융위기나 주가 폭락(crash처럼―금융경제의 진행 과정을 파악할 수 없게 만든, 일견 전례가 없어 보이는 사건들 주변을 맴돌 것이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것은 현재의 경제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재편을 위한 처방전이 아니다. 오히려 관건은 현대 금융경제가 어떻게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가를 이해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자본의 유령’은 우리의 현재에 법칙들을 잉태시키는 바로 그 힘들의 상징으로서 출몰한다.” (본문 8~9쪽
“결국, 경제는 경제학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본의 유령』은 경제와 경제학 사이에 구성되어 온 이 필연적 맹점을 꿰뚫는 방식으로 현대 금융 경제의 역사적 계보와 현황을 재구성하며, 그 아래 기층에서 면면히 작동하고 있는 소인들을 가시화한다.”(「옮긴이 해제」 중에서」
오늘날 금융업계를 휩싸고 있는 무수한 사건들의 폭풍 한가운데로 들어가, 포글은 우리가 여전히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인식 방식, 이론 및 문제 상황을 명민하게 포착한 비평을 제시한다. 지배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다른 무엇보다 특히 금융시장은 전적으로 시장 내에서 진행되는 사건으로 통한다. 생산이라는 부담을 지지 않는 금융시장은 완벽한 경쟁과 이상적인 경제 균형 과정이 일어나는 무대라는 것이다. 이윤 지향적이며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