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 태어나지 못 할 뻔한 아이
2. 이 손이 누구 손이옵니까?
3. 아버지를 잃은 슬픔
4. 결혼
5. 벼슬길에 오르다
6. 빈틈없는 일 처리와 빠른 승진
7. 임진왜란
8. 임금의 몽진과 광해군 세자 책봉
9. 개경에서 벌어진 책임 논란
10. 임진왜란, 이순신 그리고 선조
11. 명나라 참전
12. 빛나는 행주대첩
13. 전쟁은 끝났지만
14. 선조, 눈을 감다
15. 철령 높은 재에
장편소설 이항복 해설
이항복 연표
장편소설 이항복을 전후한 한국사 연표
책 속에서
사랑방에 아버지의 친구들이 모인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가 항복을 불렀다. 아버지의 부름을 받은 항복이 곧바로 사랑으로 뛰어왔다.
“아버님, 부르셨어요?”
항복이 사랑에 들어와 의젓하게 큰절을 하고 나서 물었다. 아버지 주위에는 여러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래, 너 요즘 글공부 잘하고 있겠지?”
“예.”
“자아, 그러면 여기 여러 어른들 앞에서 어디 글을 한번 지어보아라.”
이렇게 말하면서 아버지는 붓으로 ‘劒(검’ 자와 ‘琴(금’ 자를 써서 항복에게 주었다.
항복은 두 글자를 보고 눈을 깜짝이며 잠깐 생각을 하더니 다음과 같이 글을 지었다.
칼은 장부의 기상이 있고
거문고는 태고의 소리를 간직하도다
劍有丈夫氣(검유장부기
琴臟太古音(금장태고음
방 안의 사람들이 일제히 이구동성으로 명문이라고 칭찬을 했다. 기분이 좋아진 아버지가 이번에는 건너편 언덕에 있는 버들을 가리키며 또 시를 지어보라고 했다. 항복은 버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먹을 찍어서 글을 써내려갔다.
동풍이 가만히 언덕 위로 향하여 재촉하니
언덕 위의 버들이 황금색이 되도다.
洞風潛向陌頭催(동풍잠향맥두최
陌頭楊柳黃金色(맥두양류황금색
이 같은 놀라운 재능에 사람들이 모두 입을 모아 칭찬했다. 그날 사랑방에 술상이 여러 번 들어온 것은 물론이었다.
--- p.18~20
이덕형이 이윽고 숙직 방에 다다랐다. 상석에 상감마마를 모시고 신하들이 있는 중에 이항복의 모습도 보였다.
“신 이덕형, 부르심을 받잡고 대령하였사옵니다.”
이덕형은 꿇어 엎드리며 아뢰었다.
“오, 들어왔는가? 그런데 과인이 가져오라는 물건은 가져왔겠지?”
‘……예?’
이덕형은 되묻고 싶었으나 선조에게 감히 반문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고개를 살며시 들어서 심부름 왔던 내시를 힐끗 보았다. 내시는 못 본척하고 딴전을 피우고 있다.
이덕형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무슨 불호령을 맞을지 모를 일이었다. 어느덧 이덕형의 얼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