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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신곡 : 지옥 - 열린책들 세계문학 93
저자 단테 일리기에리
출판사 열린책들
출판일 2009-12-20
정가 11,800원
ISBN 978893291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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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신곡 ㅣ지옥ㅣ_7
중역판과 개역판의 실수와 오류를 바로잡아 현대 한글로 다시 태어난 『신곡』
단테는 유난히 3이라는 숫자를 사랑하였는데, 『새로운 삶』에서 고백하는 바에 의하면 이는 3이 가톨릭의 핵심 교리인 삼위일체의 신비와 관련된 숫자 때문이라고 한다. 『신곡』에서도 3의 유희가 펼쳐진다. 『신곡』은 세 개의 <노래 편cantica>, 말하자면 「지옥」, 「연옥」, 「천국」으로 구분된다. 또한 각 노래 편은 모두 33편의 <노래canto>(편의상 <곡(曲>으로 번역하였다로 되어 있는데, 맨 앞에다 서곡(「지옥」의 1곡을 덧붙여 전체 100곡이 된다. 100이라는 숫자는 3의 33배수가 되는 99에다 1을 덧붙여 이루어지는 숫자로 일종의 완성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각 노래는 115행에서 160행 사이로 그 길이가 일정하지 않다. 그런 식으로 『신곡』은 총 1만 4223행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작품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국내 번역본 가운데 원본의 시행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행의 숫자를 아예 표시하지도 않는 경우가 있다.
몇 가지 실수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지옥」 제21곡 100~101행에 보면, 악마 가운데 하나가 두려움에 떠는 단테를 가리키며 자기 동료에게 「Vuo’ che ’l tocchi in sul groppone(내가 저 녀석의 어깻죽지를 건드려 볼까?」 하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여기에서 groppone는 <어깨>를 가리키는데, 우리말 번역본들은 하나같이 <궁둥이>나 <엉덩이>로 옮기고 있고, <어깨>로 번역한 판본은 하나도 없다. 악마들의 천박하고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는 그런 저속한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분명히 원본에서 멀리 벗어난다. 이것도 분명히 영어 번역본들의 영향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영어 번역본이 이를 <엉덩이>로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롱펠로, 세이어즈, 맨덜봄, 코터의 번역본도 하나같이 rump 또는 bottom으로 옮기고 있다.(김운찬, 「고전번역 비평-최고 번역본을 찾아서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