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진 코끼리는 억압과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은 ‘학습된 무기력’ 현상의 대표적 예시로 언급되곤 하는 길들여진 코끼리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피할 수 없는 부정적 상황에 계속 노출된 나머지 어떤 시도나 노력도 효과가 없다고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서커스단 등에서는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새끼 때부터 쇠사슬로 발을 묶어 놓는다. 처음 발이 묶인 어린 코끼리는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차츰 자신이 절대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고 체념하고 얌전해진다. 그러고 나면 쇠사슬이 없어도, 또는 쇠사슬을 끊어 낼 만큼 몸집이 커져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눈앞의 현실이 만들어진 억압인 줄 모른 채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 속의 코끼리는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면서 무기력을 학습한 나머지 자신이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지경에 이른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도 크고 작은 ‘학습된 무기력’에 지배당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해 보라고 권한다. 우리 현실도 이 책의 코끼리와 비슷할 때가 많다. 대체로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지만, 어쩌면 스스로 체념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내린 결정은 아닌지, 내면을 잘 살피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생각하는 자신은 진짜 나일까?
이 책의 주인공인 코끼리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 본 적도, 낯선 곳을 향해 달려 본 적도 없다. 거센 불길이 들이닥쳐 목숨이 위태로워도 다른 동물처럼 다급하게 달아나지 못한다. 하지만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달리지 못하는 건 코끼리가 스스로 지운 한계일 뿐이다. 코끼리처럼 시도해 보지도 않고 체념해 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노력해도 소용없다며 자신 또는 타인의 능력을 섣불리 판단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을까?
예상치 못했던 자기 모습을 발견하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지 몰랐어.”라고 말할 때가 있을 것이다. 소소한 성취일 때도 있고, 과감한 결단을 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