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나를 나답게 만든 생명의 레시피를 읽는 경이로운 시간 5
1 이 모든 장엄함과 경이의 재료 10
변이와 유전의 본성
2 생명의 레시피를 찾아라 34
유전학 혁신과 유전자 통제
3 생명의 레시피를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54
자연선택 대 중립진화 논쟁
4 질병과 지능을 빚는 유전자 78
인간 집단유전학과 유전자 교정
5 유전자에 본능이 쓰여있다는 불온 98
행동유전학의 빛과 어둠
6 본능은 진화한다 114
신경회로와 행동의 변화
7 인간은 왜 인간이고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 134
발생의 유전학과 레시피 박스
8 세포의 족보, 영혼 발생의 열쇠 154
세포 프로파일링과 인공 뇌
9 시간을 돌리는 유전자 178
노화유전학의 진보와 역노화
10 무법자 세포의 진화 204
암의 유전학과 암과의 전쟁
11 성의 진화 그리고 우리 마음의 스펙트럼 222
성별 결정의 유전학과 젠더
12 진화의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기 244
진화를 실험하는 유전학
13 우연을 길들이는 필연 268
적응의 유전학
주 286
찾아보기 300
나는 왜 나인가,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
나를 나답게 만든 레시피, 그리고 진화의 우연과 필연
다윈은 집단을 위해 자신의 번식을 기꺼이 희생하는 일벌이 진화론을 위협하는 사례라고 두려워했다. 다윈 이후 유전자의 존재를 알아챈 유전학자들은 이보다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동일한 유전자에서 이토록 다양한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는 걸까? 어떻게 인간은 인간으로, 초파리는 초파리로 변하는 것일까? 진화는 어떻게 수많은 표현형을 만들어내는 걸까?
유전자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유전학자들은 그런 생성의 원리가 방대한 유전변이 덕분임을 깨달았다. 말하자면 재료는 같아도 재료를 요리하는 레시피가 달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화라는 생명 프로그래머는 이런 레시피를 하나하나 창조적으로 누적해왔다. 이때 바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인간은 인간답게, 초파리는 초파리답게 태어난 것은 이 우주에서 필연적인 과정이었는가, 아니면 우연한 신의 장난이었는가?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흥미로운 사고실험 하나를 남겼다. 만약 생명 진화의 유구한 역사가 비디오테이프 속에 담겨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테이프를 되감아 재생한다면 과연 똑같은 역사가 펼쳐질까? 우리 인간이 또 다시 출현할까? 굴드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모든 생물의 생존과 멸종에는 우연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조건이 같더라도 진화는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 것이다.
정말로 진화는 반복 불가능한 것인가? 젊은 생물학자 리처드 렌스키는 실험을 통해 진화의 우연성과 필연성을 실제로 시험해보기로 했다. 1988년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장기실험진화’가 그것이다. 진화를 실험한다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20년이 인간의 100만 년과 같은 대장균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렌스키는 대장균을 12개 부족으로 나눠 동일한 조건에서 진화시켰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특정 대장균 집단을 얼린 뒤 원하는 때에 다시 부활시키면 진화가 반복되는지 관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