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 히데코의 모든 것을 담은 한 권
올해로 그림책을 만든 지 40년이 되는 작가이자 화가인 이세 히데코가 쓰고 그린 책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로 조금씩 다른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읽다 보면 결이 비슷한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생명과 삶, 단절과 죽음, 미래와 이어짐과 순환. 그 속에서, 작가는 ‘생명이 가진 힘을 믿고 있구나.’라는 감상을 받습니다.
작가의 작품 중 하나인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는 상실로 인한 아픔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서로 만나 이야기하며 슬픔을 나누고, 첼로 연주를 함께하며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돌봅니다. 타인과 함께하며 회복한 마음은 또 다른 타인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이 되지요.
〈첼로, 노래하는 나무〉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무는 베어졌습니다. 새 옹알이를 알려주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나무는 첼로가 되어, 할아버지의 기억은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소중한 기억이 되어 살아갑니다. 첼로는 ‘나’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통해 더 먼 미래로 이어질 것이고, 할아버지의 기억 또한 ‘나’의 아이들을 통해 이어지겠지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언뜻 죽으며 단절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무의 아기들〉은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뒤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든 책입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살아남아 싹을 틔우는 나무 씨앗처럼, 아이들도 언제 어디서든 미래를 향해 싹을 틔우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지요.
생명은 함께하며 더욱 강해지고, 다른 생명으로 인해 이어지며, 끈질기게 살아남아 저마다 하나의 나무로 자라나는 씨앗입니다. 나무는 씨앗이 자라난 모습이지요. 〈그린다는 것〉은 이세 히데코라는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이세 히데코의 생각과 삶을 오롯이 보여주는 한 권입니다.
●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캔버스를 채워가는 화가
삶은 흔히 여행으로 비유되곤 합니다. 이세 히데코의 삶을 보여주는 〈그린다는 것〉은 여행길을 나서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