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며
1 아담과 하와 ―인간과 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2 카인과 아벨 ―우리는 용서받은 죄인의 후손이다
3 노아 ―오직 의인이 살아남았다
4 아브라함 ―성 밖의 신, 성 밖으로 나간 사람들
5 창세기 ―작은 가정의 큰 할머니들
6 요셉 ―잃어버린 동생이 희망이다
7 모세 ―나의 밖을 향한 시선
8 삼손 ―영웅은 전복한다
9 다윗 ―실수를 딛고 일어서라
10 유딧 ―나라를 구한 여성 영웅의 이야기
11 일리말쿠 ―이스라엘이 참조한 도시국가 우가릿
12 엘리야 ―아래로부터 유일섬김이 시작되었다
13 예레미야 ―저항 예언자의 절묘한 역사
14 요나 ―소명이란 무엇인가
15 욥 ―고통받는 의인은 누구인가
성경의 빈틈,
상상력과 성찰이 꽃피우는 생성의 공간
고대근동학자 주원준은 첫째성경(구약성경 속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해내어 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대근동 세계의 맥락에서, 다른 신화들과 병행해 살펴보는 동시에,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또한 텍스트 자체에 집중해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성찰과 해석을 감행한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현재적 의미를 되살려내고 있다. ‘아담과 하와’에서 ‘욥’까지, 창세기 가정의 여성들과 약소국을 구해낸 ‘유딧’, 그리고 이스라엘이 참조한 도시국가 우가릿의 서기관 ‘일리말쿠’를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는 하나 하나 다채로우면서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완성한다.
저자는 우선 ‘구약성경’을 에리히 쳉어(Erich Zenger 신부가 고안해 사용했던 용어인 ‘첫째성경(Erstes Testament’이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구약(옛 약속은 신의 ‘첫 약속’, ‘첫 사랑’을 담은 책이며 “쓸모없고 빛바랜 약속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초심’을 담은 경전”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 첫째성경 속 사람들은 고대근동인들이었다. 아담과 하와, 카인과 아벨, 바벨탑, 노아 이야기 같은 원역사 또한 고대근동인들에 의해 수집되고 기록, 편집되었으므로 그들이 주인공인 것은 마찬가지다. 첫째성경은 고대근동 세계의 문학인 셈이다.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는 빈구석이 많다. 이것은 신화적인 이야기의 특징이다. 저자는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성경에서 논리적 허점을 찾아낼 수 있”으며 “그런 일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성경의 공백과 생략, 비약을 읽어내는 것은 읽는 이의 능동적 참여다. 이를 통해 수많은 예술가나 철학자들이 새로운 의미를 길어올렸다. 저자는 “이런 ‘빈구석’이야말로 첫째성경이 지닌 가장 위대한 점”이며 “신이 당신을 초대하는 자리”라고 거듭 강조한다.
성경의 빈구석은 약점도 아니고 실수도 아니다. 오히려 이런 빈 공간이야말로 신이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