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아이들의 ‘질문’이 ‘정치’다
02 ‘정치 중립’의 진짜 모습 ① 반공주의
03 ‘정치 중립’의 진짜 모습 ② ‘시장인간’ 육성
04 양극화된 교실의 슬픈 풍경
05 정치 중립에 묶이면 ‘다름’이 두렵다
06 ‘정치 주체’들을 체벌로 다스릴 수 있나
07 낡은 정치 중립의 민낯, ‘가만히 있으라’
08 인공지능보다 ‘한 명의 사람’이 중요하다
09 다양성을 ‘관용’으로 포용해야 한다
10 ‘아이들’로 연대하는 정치적 주체로
제주도교육청에서 일할 때 답답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험을 했다. 교사, 직원들과 정책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어느 순간 나만 열심히 말하고 있었다. 민감한 ‘선’에서 상대방이 이야기를 멈췄다는 생각이 직감으로 들었다. 많이 아쉬웠다. 용기를 내서 선을 넘으면 이야기가 더 풍성했을 텐데. 정책도 더욱 현실성을 갖췄을 텐데. 생각과 말을 멈추게 한 ‘선’이 궁금했다. 그 선은 ‘정치적 중립성’이었다. ‘중립성’의 경계선을 굵게 긋고 정치적 자율성을 스스로 감시·통제하고 있었다.
‘정치’를 피하면 나의 존재를 드러내는 언어가 사라진다. 삶의 재미도 떨어진다. 새로운 세상과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며 이별하고, 갈등하며 충돌하는 과정에서 세상과 사람, 나를 향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자신의 마음을 쉴 새 없이 두드리는 ‘질문’을 깨닫고 해결하는 과정이 정치 행위다. 정치가 두려우면 ‘나는 누구인가’, ‘나의 생각은 어떠한가’라는 극히 기본적인 존재의 질문들을 마주하는 것도 두렵다.
정치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니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지 못한다. 나의 생각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문에서 평생 도망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질문을 마주해 답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가장 쉬운 방법은 법조문이나 정부·교육청의 공문 내용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그어놓은 ‘정치 경계선‘을 더 깊게 알고 싶었다. 박사 논문 주제로 선택했다. 〈한국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라는 논문을 완성했고, 2020년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내가 가진 질문과 사유·연구의 결과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글의 양과 난이도를 줄여 비교적 읽기 쉬운 책으로 내기로 결심했다. 정치 중립의 경계를 뛰어넘는 용기를 갖는 데 이 책이 작게나마 도움 되기를 바란다. 책이 나올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한그루 관계자분들과 힘들 때마다 든든한 어깨를 내어주는 가족, 교수님들, 친구, 선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