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버지는 아들을 죽였을까?
아버지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임오화변(壬午禍變은 한국사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그것도 뒤주에 가두어 세자가 죽기까지 칠팔 일을 기다렸다. 그렇기에 이 역사적 사건은 <옷소매 붉은 끝동> <사도> <이산> 같은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끊임없이 각색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도세자의 죽음은 정작 학문으로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 사도세자가 미쳤다 하여 영조가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광증설’, 우수한 자질을 가진 사도세자가 약소 당파를 편들다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당쟁희생설’ 정도의 논의가 있었으나 두 가지 설 모두 제대로 된 근거 자료가 뒷받침되지 못한 그저 단순한 견해에 그쳤다. 이렇게 제대로 된 학문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출간된 『권력과 인간』은 ‘광증설’과 ‘당쟁희생설’ 사이에서 우리가 그동안 오독해온 사도세자의 죽음을 다각도로 분석하고자 한 첫 성과다. 이 책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를 계기로 정병설 교수는 2015년에 개봉된 영화 <사도>의 감수를 맡기도 했다. 『권력과 인간』은 치밀한 문헌 고증을 바탕으로 연구한 궁궐사를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해내 지금껏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으며 대중 역사서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에는 중국어판 출간 즉시 온라인 서점 당당왕에서 세계사 신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애통은 애통이고, 의리는 의리라
역사적 진실에 다가가고자 하는 끈질긴 집념이 『권력과 인간』에 담겨 있다. 정병설 교수는 결론적으로 사도세자가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조를 공격하려다가 반역죄에 걸렸다는 『한중록』의 설명을 따르지만, 『한중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를 비롯해 『이재난고』 『현고기』 『대천록』 같은 각종 사찬 역사서, 개인 문집 등 다양한 사료를 활용해 폭넓은 관점으로 사도세자의 죽음을 분석하고 고찰한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사도세자를 지켜본 혜경궁 또한 『한중록』을 통해 세자의 병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