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소, 내 고통과 사랑의 장소”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이야기를 품고 느끼고 체험한 그곳들.
1984년에 출간되자마자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 그해 공쿠르상까지 받은 소설 《연인》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 그녀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나 17세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이후 프랑스로 돌아가 수학·법학·정치경제학을 공부했고, 1943년에 첫 소설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특별했던 성장환경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로 큰 성공을 거둔 그녀는 영화로도 영역을 넓혀, 자신의 소설들을 직접 영화화했고 소설 속 주인공들을 변주한 여러 작품을 연출했다. 그녀에게 있어 책과 영화는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소설이 그대로 영화화되거나, 소설 일부가 다른 소설의 소재가 되고 이어 또 영화로 되었으니까. 즉 영화 <롤 베 스타인의 환희>의 일부로 책 《사랑》을 썼고, 《사랑》을 영화로 만든 게 <갠지스 강의 여인>이듯이.
이 인터뷰집을 구상한 장본인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작가 미셸 포르트는 뒤라스의 소설 텍스트와 그녀의 사진들을 대위법처럼 구상하고, 매우 구체적인 질문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다양한 장소들, 노플의 집, 공원, 숲, 트루빌의 호텔, 바다, 모래와 물의 고장 등, 작가의 소설과 희곡과 영화 들에 부단히 등장하는 뒤라스의 장소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 먼저였다는 작가가 그곳에서 이야기를 품고 느끼고 체험한 장소들이다.
뒤라스의 집에서 촬영된 첫 번째 인터뷰에서 뒤라스는 자신의 영화에서 장소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돌아본다.
여자들만이 깃들 수 있는 그 집
뒤라스의 영화 대부분은 외부와 단절된 집 안에서 진행된다. 자신의 이름으로 처음 갖게 된 노플르샤토에 있는 집이다. 머릿속을 항상 차지하고 있었던 그 집에 한 편의 이야기가 찾아왔고, 집 자체가 이미 영화였던 곳.“이 집엔 롤 베 스타인, 안 마리 스트레테르, 이자벨 그랑제, 나탈리 그랑제가 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