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잃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슬플 땐 양자 도약》은 불안장애를 가진 세실를 돌보며 한 가족이 조각조각 해체되고 부서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세실의 유일한 도피처는 쌍둥이처럼 가까운 여동생 아스트리드다. 아스트리드는 그것이 의무이며 언니 세실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가족뿐 아니라 청소년으로서의 평범한 일상이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하면서 아스트리드는 혼란을 겪는다. 사람들은 지나친 친밀함, 지나치게 가까운 유대감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언니와 거리를 두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아스트리드는 그 말이 언니를 포기하라는 말로 들려 아프기만 하다.
이 책은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성장하게 하는 작은 움직임에 관한 이야기다. 가족이라는 특수한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희생’이라는 폭력에 관해 조심스럽게 경고한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가족에 가려져 소외되거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절망과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인사다. 소설은 전체 주제를 관통하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가진 당사자와 가족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들면서, 개성 넘치는 주변의 등장인물을 통해 우정, 사랑, 질투라는 청소년 시기에 주된 고민까지 놓치지 않고 촘촘하게 잘 풀어냈다.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았던 주인공 아스트리드는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묻는다. ‘내 삶을 우선하고 내 감정을 우선해도 괜찮은 거냐’고. 작가는 ‘양자 도약’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지금 우리가 절망의 굴레에 있다고 해도 ‘차선 변경’은 언제나 일어난다고 말한다. 우리 삶에서 ‘이런 작은 에너지 변화는 항상 일어나며, 모든 것은 항상 변한다’고.
살면서 무언가를, 누군가를 잃지 않으면서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 가능할까? 타인에게서 점점 멀어지게 하거나 더 가까워지게 하는 것, 온전히 자신으로 존재하도록 하는 것,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리 큰 움직임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삶에 뛰어들 용기를 찾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