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1933년 9월, 대구 청년 사업가 이근무의
경성 백화점 순례
”경성의 백화점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부풀어오른다” | 경성의 백화점 한바퀴, 미쓰코시에서 히라타를 거쳐 미나카이 건너 조지야까지 | 우리 자본으로 만든 경성 유일, 화신 백화점 | 노트에 적어본 경성의 백화점 층별 판매 품목 구성 비교 | 백화점은 경성에만? 전국 크고 작은 도시들마다 생겨난 백화점들 | 개성에도, 평양에도, 함흥에도, 원산에도, 청진에도, 괴산에도, 전국 13개 도에 들어선 백화점
1층
식품부·생활 잡화부
완전히 새로운 식품 _ 고급 식품
조선인, 조선에 온 서양인에게도 유용했던 통조림 | “문화생활에 필수불가결”, 아지노모토 | 조선 간장이냐 왜간장이냐 | 양식 요리에 꼭 필요한 필수품, 소스 | “소화가 잘 되어 아기를 토실토실하게 하는” 분유
다디단 맛의 등장 _ 과자
수입 과자의 뜻밖의 홍보 포인트 | 문화적 자양 과자, 캐러멜 | “초코레-트는 모-단적 과자! 첨단을 것는 과자니까요” | 연애의 시대, 달콤한 매개체 | 껌, “감미가 업서지드래도 될 수 잇는 대로 오래 씹으십시오”
모던뽀이들에게 인기 만점 _ 맥주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 급증 | 맥주는 보건 음료 | 일본에서 만든 것도 조선에서 만든 것도 다 국산품?
일찌감치 조선에 들어온 서양 술 _ 포도주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자양강장제 | 프랑스에서 시작한 약용주 유행
민중의 녀름 친우親友 _ 청량음료
시민이 매일 마시는 음료, 사이다와 라무네 | “상당히 귀중한 미각의 대상물”, 칼피스 | “보지 않고 들이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
매약전, 누구누구가 돈 모앗나? _ 약품
한의사 대신 약국에서, 민중의 복음 매약의 등장 | 소화부터 해독까지 종합보건약, 인단 | 밀려드는 일본 매약들, 경쟁 펼치는 국내 약품상 | 전국을 돌아다닌 약장수, 매약상 | 소화제로는 부채표 활명수, 배탈 설사에는 정로환 | 요즘으로 치면 목캔디, 만천하
백 년 전 백화점 창업을 꿈꾼
실제 한 청년 사업가의 경성 백화점 순례기로 시작하는 프롤로그,
당시 백화점들의 팸플릿을 통해 구축한 판매 상품 목록,
그 시대의 온갖 흔적을 뒤져 찾아낸 그 시대 백화점을 채운 물건들
새로운 문명의 바로미터, 시대의 유행을 선도한 최고의 유행 상품들!
책의 시작은 백 년 전 한 청년 사업가의 눈으로 시작한다. 1930년대 잡지 『삼천리』에 실린 대구 청년 사업가 이근무의 백화점 순례기에 몸을 실은 저자는 그의 눈을 빌어 경성의 5대 백화점인 미쓰코시, 히라타, 조지야, 미나카이, 화신 등을 돌아봄으로써 책의 포문을 연다. 이런 시도를 통해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오늘날 서울 명동의 옛 거리 한복판으로 소환하고, 그 거리 한복판에 선 독자들은 눈앞에 성큼 등장한 백 년 전 백화점의 정문을 밀고 들어가 ‘1층 식품부와 생활잡화부’를 거쳐 ‘2층 화장품부와 양품잡화부’, ‘3층 양복부’, ‘4층 귀금속부와 완구부, 주방용품부, 문방구부’, 그리고 ‘5층 가구부, 전기 기구부, 사진부, 악기부’를 채운 온갖 물산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펼쳐지는 백화점의 층별 품목 구성은 오늘날과 매우 흡사하여 익숙하기도 하고 바로 그 점에서 놀랍기도 하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백화점의 연원이 바로 이 시대로부터라는 당연하지만 새로운 사실을 확인케 한다. 나아가 백화점이라는 공간이 유행의 첨단이자 바로미터라는 점에서는 오늘날과 비슷하여 우선 흥미로우며, 유행이 곧 시대를 말해주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러한 품목들의 열거를 통해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당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어 그 흥미는 배가된다.
책의 안내에 따라 올라가는 층별마다 당시 각광을 받거나 시대를 풍미한 품목들이 빼곡하다. 이 책이 단지 품목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는 장점은 빛을 발한다. 다양한 품목들은 때로 장안의 화제를 이끌기도 했으며, 지나친 소비 풍조로 조롱과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빈부와 세대의 차를 극명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품목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