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에 달려 있던 것, 마음속 깊이 묻어 놓았던 그것
11살 한솔이는 키가 크지만 구부정한 자세로 걷습니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꾹 참고 원만하게 지내려고 애쓰는 어린이지요. 하지만 그런 한솔이도 같은 반 친구 제일이의 괴롭힘을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제일이는 사과도 건성으로 하고서는, 사과했으니 끝이라는 거예요. 선생님도 사과했으니 받아주라고 하고요. 한솔이는 결국 화가 터져 버렸습니다. 종례도 마치지 않았는데 학교를 뛰쳐나와 버렸지요.
화가 잔뜩 난 한솔이가 씩씩대며 걸어가다가 신발주머니를 차 버렸는데, 하필이면 신발주머니가 어떤 가게 가판에 떨어졌습니다. <삼신 빗>이라는 못 보던 가게입니다. 가게의 주인 할머니는 한솔이의 사과를 듣더니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한솔이의 머리를 빗겨 주었지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솔이의 머리카락에서 구슬이 나온 거예요. 구슬은 노란 스피커, 파란 식판, 흰 손바닥, 빨간 주름치마, 검은 구름 모양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구슬로 팔찌를 만들어 한솔이에게 주면서, 제대로 된 사과를 받으라고 말했습니다.
한솔이는 학교를 뛰쳐나온 일로 집에서 혼이 났습니다. 제일이가 괴롭힌다고 말해 보았지만 친구끼리 장난도 칠 수 있으니 참으라는 말이 돌아옵니다. 그때 한솔이 손목이 따끔하더니 노란 스피커 구슬이 번쩍거렸습니다. 그 빛이 팔을 타고 올라가더니 목소리가 두 배, 세 배, 네 배로 커졌습니다. 이제 웅얼거리던 한솔이가 아닙니다. 한솔이가 속상했던 마음을 토해내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무조건 참으라고 한 아빠한테 사과하라고 외쳤습니다. 깜짝 놀란 아빠는 한솔이의 말을 새겨들었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아빠는 자신이 왜 그런 생각과 그런 말을 했는지도 되짚어보고 앞으로는 한솔이의 마음을 무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자 노란 스피커 구슬이 동그랗고 노란 구슬로 바뀌었습니다. 진짜 사과였던 것이지요.
한솔이는 구슬이 가리키는 사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