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다보는 세상과 내려다보는 세상,
양극화된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
『도시 비행』의 화자는 높은 빌딩 숲 한가운데에서 핀 민들레다. 민들레는 보도블록 틈새를 터전 삼아 살아가면서 도시 사람들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구두를 신고, 각자의 중요한 목적지로 바삐 향한다. 민들레의 도시 생활은 대개 외롭고 위태롭지만 민들레는 틈틈이 오는 기쁜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자란다.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고, 다시 새순이 돋기까지의 긴 시간을 보낸 뒤 민들레를 발견한 어린이가 다가온다. 어린이는 올려다보아야만 했던 한쪽 세상 속에 살아 온 민들레가 더욱 넓은 세상을 경험하도록, 민들레가 꿈꾸어 온 ‘도시 비행’을 실현하도록 돕는다.
『도시 비행』은 박현민 작가가 도시의 척박한 환경에서 자생하는 민들레와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속 어린이의 유사성에 주목하면서 시작된 작품이다. 작은 민들레의 눈에 비친 도시 풍경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바라보는 앵글로 그려져 독자가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경험하도록 한다. 독자는 도시의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 주변을 다시 바라봄으로써 어린이와 어른, 자연과 인간, ‘너’와 ‘나’ 사이의 경계를 허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2022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이미지
박현민 작가는 『엄청난 눈』(달그림, 2020년 출간으로 2021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모았다. 흰 여백을 그림 요소로 활용하는 시도로 인상적인 데뷔작을 선보인 이래, 작가는 『얘들아 놀자!』 『빛을 찾아서』 등 독창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그의 신작 『도시 비행』은 더욱 역동적인 전개와 박력 있는 화면으로 독자가 그림책 속 공간을 입체적으로 경험하도록 한다. 민들레의 시선에서 바라본 도시 풍경을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앵글로 그리면서 화면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연출이 단연 돋보인다. 작가는 사진 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