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_세상을 바꾸는 건 기술이 아니라 관점이다
1부.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본 IT 서비스
01. “이거 안 되는데요?” 개발자 ‘독성 말투’의 이면
‘비전공자’가 테크 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
스트레스 관리마저 일하는 사람의 몫이라니
‘압박을 견뎌내는 것도 능력’이라는 말의 함정
02. IT 서비스에도 중립은 없다
문제는 서비스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디지털 성폭력을 조장하는 IT 서비스들
새로운 서비스에는 새로운 위험성이 따른다
03. 신비롭지 않은 기술들
서비스 장애보다 그 후의 태도야말로 치부다
기술이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04. 우리에게는 더 많은 젠더데이터가 필요하다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이 드러낸 젠더데이터 공백
데이터 사이로 들리는 여성들의 외침
이런데도 왜 젠더폭력이 아니란 말인가
05. 이미지에도 젠더편향이 있다
성차별에서 시작된 이미지 기술의 역사
검색 결과는 ‘성적 대상화’입니다
이미지는 사회를 인식하는 참조점이다
06. 낙관하기도 비관하기도 이른 인공지능
감정노동 없이 물어볼 수 있는 사수, 챗GPT
기계의 윤리적 태도를 위해 희생되는 건 누구일까
우리는 챗GPT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07. 누구를 위한 웹 접근성인가
‘누구나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념
모두를 위한 서비스를 찾는 길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나의 해방이 당신의 해방과 연결될 수 있도록
08. 서비스에도 끝이 있다
서비스를 닫을 때도 사용자를 고려해야 한다
사라질 서비스를 아카이브한다는 것의 의미
2부. 업계 한복판에서 체감하는 테크 노동의 현실
09. ‘개발진’으로 시선을 옮길 때 드러나는 존재들
여성들이 현업에 있어도 가려지는 현실
개발자에서 개발진으로 시선을 옮겨야 할 때
10. 48시간 정도, 안 잘 수 있나요?
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는 사람들
서비스의 연속성을 위해 삶의 연속
1. 기술은 결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본 IT 서비스
지은이는 SI(시스템 통합 업무를 진행하는 기업에 입사해 개발자의 길로 들어섰다. 전공보다 현장에 대한 이해와 고객사와의 소통능력을 우선시하는 채용 방침에 따라 들어온 테크 업계는 날 선 말투, 이른바 ‘독성 말투’가 횡행하는 곳이었다. “이런 것도 모르면서 개발자라고 할 수 있나요?” “이건 어차피 안 돼요.” “아무튼 못 합니다.” 업무 중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압박을 견뎌내는 것’도 모두 능력이라면서 개발자들의 독성 말투를 당연시했다. 지은이는 실적 중심, 남성 중심의 직군에서 드러나는 독성 말투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이를 무조건 개인의 인성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압박을 견뎌낼 것을 강요하는 개발자 문화와 이에 동조하고 활용하는 성과 중심의 조직이 더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IT 서비스가 젠더 문제에 결코 중립적일 수 없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IT 서비스를 어떻게 설계해야 성평등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보다, 수익성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중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랜덤채팅 앱이 대표적으로, 익명의 사용자와 무작위로 매칭하는 이 서비스는 위기청소년을 꾀어내 성착취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또한 현재 IT 서비스의 핵심적인 자원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도 편향적으로 걸러지고 있다. 2022년 신당역 여성 살인 사건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발했지만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가해자가 얼마든지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발생했다.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는 사회문화적인 편견도 작용했겠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데이터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범죄를 예방해야 할 국가기관이 젠더데이터를 충실하게 모으고 정리했다면, 판사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엄밀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면 사건을 막을 가능성도 높아졌을 것이다.
이처럼 서비스를 어떤 관점에서 설계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의 해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