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함의를 가진 용어에서
정체성을 규정하는 용어로 사용되기까지
이교 개념의 다양한 변천사를 톺아보다
초기 기독교도들은 자신들의 신을 제외한 모든 신들을 가짜 신, 즉 신을 가장한 악마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기독교와 유대교를 제외한 다른 모든 종교를 믿는 자들을 개종해야 하는 존재로 보았고, 이들을 통틀어 ‘이교도’라고 불렀다. 이처럼 우상 숭배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던 ‘이교’는 인류를 이분법적으로 인식하는 기독교적 언어 체계의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며 부정적 함의를 가진 용어로 자리 잡게 된다.
오랜 기간 박해되고 무시되던 기독교 이전의 종교들은 점차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었고, 몇몇 북유럽 공동체들만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던 와중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이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 새로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고대 세계에 대해 점증하는 예술적 관심은 과거의 태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 특히 17, 18세기에 사회적 엘리트들이 그들의 교양과 취향을 과시하는 도구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이용하면서 기독교 이전의 다른 종교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교’로 분류되어 자연 소멸되거나 음지에서 활동해야 했던 여러 종교들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자각은 20세기 현대적 이교도 신앙이 등장하는 촉진제가 된다.
물론 오늘날에는 이교의 부정적 함의가 많이 사라졌지만, 힌두교나 신도, 부두교와 같은 종교들을 이교로 통칭하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교라는 용어가 부정적이고 유럽 중심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으며 탈식민 국가들 그리고 종교 간의 대화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교를 믿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교도’라는 용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부정적 함의를 가진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반항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한 것이리라.
이교도의 세 가지 핵심 요소
다신론, 자연과의 관계, 마법과 점괘
“그리스·로마 신화, 토르의 망치, 일본의 신사, 마녀, 타로 카드, 부적…”
전혀 연관성이